북한이 29일 금강산 합동문화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지난 17일 남북 실무회담 합의를 달랑 통지문 하나로 뒤집었다. 남측 언론 탓으로 돌렸다. 자신들의 진정 어린 조치를 남측 언론이 모독했고, 내부 경축행사까지 시비를 걸었다는 것이다. 핑계에 불과하다. 경유 반입 등을 놓고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을 제기한 것에 대한 반발일 것이다. 향후 일정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남측을 길들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연유야 어찌 됐든 합의 사항을 일방 취소하는 건 있을 수 없는 무례다. 그럼에도 항의조차 제대로 못하는 정부를 보노라면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북한의 무례한 행동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의 방남을 설명 없이 중지했다가 재개했다. 예술단 파견 경로도 합의된 판문점에서 경의선 육로로 변경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남은 일정에 또다시 브레이크를 걸고 나올지 모른다. 북한이 신뢰나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되는 집단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전날 대규모 열병식을 예고했다. 평창올림픽에 쏠릴 세계적 이목을 평양으로 돌리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면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위해 평창을 택한 게 아닌 것이다. 더욱 강력한 압박과 제재가 필요함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북한의 일방적 행보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남북 대화는 무의미하다.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 자체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할 말은 하고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 유감 표명 정도로는 안 된다. 약속을 어기고 제멋대로 움직이는 북한의 행태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한·미가 먼저 연합훈련을 연기한 만큼 북한도 열병식을 평창올림픽 이후로 연기하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자제를 요청하기는커녕 “우연히 시기가 겹쳤을 뿐”이라는 정부의 해명으론 저자세 외교 논란을 잠재울 수 없다.
외교에 있어 상호주의와 비례성 원칙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남측은 북측 점검단이나 선발대가 왔을 때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북측 행사에 대한 비용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는 너무나 명백하다. 아울러 대북 제재와 관련해 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미국 등 국제사회와 세밀한 사전 조율 작업을 거쳐야 한다. 대북 제재 전선을 앞장서 흩뜨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평창 이후까지 고려해 남북 대화와 함께 한·미동맹을 튼튼히 다지는 데에 결코 소홀해선 안 된다. 남북 대화든 북·미 대화이든 궁극적 목적은 비핵화다. 북한이 북핵 문제에 있어 근본적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적 ‘평창 성과’에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차분히 되돌아볼 시점이다.
[사설] 北의 잇단 합의 번복… 유감 표명으로 버릇 고쳐질까
입력 2018-01-30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