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하나님과의 독대’가 필요할 때 나를 비우는 곳

입력 2018-01-31 00:00
김해 무척산기도원 무척산교회의 모습. 무척산은 신사참배에 반대하던 고 한상동 목사가 1940년 일제 감시를 피해 동료들과 올라가 구국기도회를 연 이후 한국교회의 기도 명소로 자리 잡았다.
김해 무척산기도원을 찾은 성도들이 지난 24일 새벽기도회에 참석해 기도를 드리고 있다. 아래 사진은 무척산기도원의 '짐꾼' 당나귀 '크로스'. 크로스는 무척산기도원과 산 아래를 오르내리며 짐을 옮겨준다. 한 번에 50㎏ 정도를 나를 수 있다.
경남 김해 무척산기도원
무척산기도원장 노상규 목사가 지난 23일 저녁집회에서 '예수님처럼 기도하기'라는 제목으로 설교하고 있다.
기독교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한국교회 기도원도 쇠퇴의 길을 걸고 있다. 하지만 기도는 여전히 하나님께 집중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국민일보는 23일과 24일 이틀간 80년 가까운 역사가 담긴 김해 무척산기도원(원장 노상규 목사)을 찾았다.

무척산기도원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인 1940년 시작된다. 신사참배에 반대하던 고 한상동 목사가 일제의 감시를 피해 동료들과 함께 무척산으로 올라가 항거 구국기도를 시작했다. 이런 내력을 알게 된 고 명향식 전도사가 1953년 몇몇 성도들과 함께 무척산에서 매일 2회 예배를 드리기 시작한 뒤 초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한때 폐쇄 직전까지 몰렸으나 2016년 고신대학교가 경건훈련원으로 인수한 뒤 지난해 11월부터 리모델링을 통해 현대식 시설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현재 무척산기도원은 매주 화요일 집회를 진행한다.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5시30분 새벽기도회가 열린다. 숙박비는 하루 1만5000원이며 식비는 끼니당 5000원이다.

무척산 550m 지점에 위치한 무척산기도원에 가려면 자동차나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입구에 도착한 뒤 2.3㎞를 직접 걸어 올라가야 한다. 기자가 23일 기도원까지 올라가는 길에는 노상규 목사와 함께 무척산기도원의 당나귀 ‘크로스’가 동행했다. 노 목사는 “원래 사람이 지게로 짐을 들고 오르내렸는데 이젠 크로스가 짐을 옮겨준다”며 “길도 다 외워 기도원 가는 길 앞장도 서고 힘이 좋아 50㎏ 정도의 짐은 거뜬하다”고 설명했다. 평소보다 가벼운 30㎏ 남짓한 짐을 진 크로스는 가뿐하다는 듯 쉬지 않고 산을 올랐다. 그런 크로스를 따라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돌계단을 밟아가며 산을 오르니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날씨에도 온몸이 땀으로 젖기 시작했다.

그렇게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 40여분이 지나자 평지가 나타났다. 노 목사의 격려를 뒤로하고 200여m를 더 걸어가니 긴 역사를 품은 기도원이 눈에 들어왔다. 쉽지 않은 방문길이지만 이미 기도원에는 성도 10여명이 모여 마음을 가다듬고 밤 8시에 시작하는 집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날 기도원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감리교 권사인 이모(55)씨는 30년 만에 기도원을 찾았다. 이씨는 “모태신앙이지만 대학생이 됐는데도 도저히 믿음이 생기지 않아 방학 때마다 기도원을 찾아 3일씩 금식기도를 드리며 주님을 찾았다”며 “30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데는 기도원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수도권으로 이사해서도 한시도 이곳을 잊을 수 없었다”며 웃었다. 함께 기도원을 찾은 이씨의 아내 김모(51) 전도사는 “올라오는 길이 조금 힘들었지만 이렇게 올라오니 너무 좋다”며 “도시의 때를 벗겨내고 시간을 들여 묵상하기에 적합한 곳 같다”고 말했다.

성도들이 굳이 고된 과정을 거쳐 무척산기도원을 찾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씨는 “여기까지 올라오면 일상생활과 확실히 분리된 느낌이 들어 하나님께 몰입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정희(43·여) 이스라엘 선교사는 “워낙 깊은 역사를 지닌 기도원이다 보니 기도가 여기저기 쌓여있는지 어디에 앉아도 기도가 나온다”며 웃었다. 매주 2회 기도원을 찾는다는 채병국(68) 목사는 “초교파 기도원이라 성도들끼리 건강한 토론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윽고 저녁식사 시간이 되자 노 목사의 아내 윤귀숙(59) 사모가 성도들을 불러 모았다. 윤 사모가 갓 지은 밥과 따뜻한 어묵국, 동그랑땡과 장아찌 등으로 구성된 반찬이 성도들 앞에 차려졌다. 모두 하나님께 식사 기도를 올리고 즐겁게 식사하며 서로를 알아갔다.

곧이어 오후 8시 무척산교회에서 집회가 시작됐다. 기도원을 찾은 성도들 모두가 집회에 참석했다. 노 목사는 ‘예수님처럼 기도하기’라는 주제로 강단에 나서 “예수님도 밤늦게까지 기도하셨다”며 “기도하려고 마음먹으면 기도할 수 있는 ‘기도의 습관’이 몸에 잘 배야 한다”고 말했다. 노 목사의 설교가 끝난 뒤 성도들은 노 목사의 인도에 따라 복음과 평화, 나라와 민족 등을 위해 1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간절히 기도했다.

저녁 집회 후 8시간이 지난 24일 오전 5시30분. 전날 집회에 참석한 성도들 모두 다시 무척산교회에서 진행되는 새벽기도집회에 참여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내 기도하는 그 시간 그때가 가장 즐겁다(찬송가 364장)”는 찬양 가사가 힘 있게 기도원 안에 울려 퍼졌다. 이어 노 목사가 “예수님께서도 산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시곤 했다”며 “어떤 자세로도 기도할 수 있지만 때로는 그처럼 간절하고 겸손한 자세로 기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목사의 설교가 끝나자 성도들은 무릎을 꿇고 하나님을 외치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노 목사는 “예수님께서도 산에서 기도하신 것처럼 일상을 떠나 조용한 곳에서 하나님을 찾는 기도도 중요하다”며 “기도원은 현대인들에게 하나님과 독대하도록 돕는 곳”이라고 기도원에서 드리는 기도의 의미를 설명했다.

■기도원에서 유념해야 할 수칙
기도원은 교회를 보조하는 역할, 교회와 갈등관계 만들어선 안돼

기도원을 찾아 기도하는 일은 바쁜 일상을 떠나 하나님과 독대하면서 깊은 영성으로 나아갈 좋은 기회다. 하지만 기도원을 찾을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주의사항들이 있다. 무척산기도원장 노상규 목사와 함께 '기도원 주의사항'을 알아봤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원은 어디까지나 교회의 보조 역할을 감당하는 곳임을 잊지 않는 것이다. 노 목사는 "교회와 기도원을 갈등관계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기성교회를 과하게 비판하거나 기도원으로 계속해서 오도록 유도하는 경우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자 기도원을 고른다면 이단 단체가 설립한 기도원으로 가게 될 위험성도 분명히 있다"며 "주위 사람들의 추천보다는 자신의 영을 책임지고 있는 자신의 담임목사에게 기도원을 추천받아 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또한 노 목사는 "기도원은 특정 교단의 교회가 아니라 초교파 성도들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하다"며 "타 교단 성도들을 만나 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경우 수용성을 가지고 서로를 이해하지 않으면 오히려 기도원에서 상처를 입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녀 취침공간을 분리하고, 다른 성도의 쉬는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 것 등 기본적인 생활 규칙을 지키는 것은 기도원에서도 당연한 일"이라며 "경건함을 지켜야 하는 기도원의 특성상 금주와 금연도 필수"라고 덧붙였다.

김해=글·사진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