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문화행사’ 북한, 취소 통보

입력 2018-01-30 00:07

“남한 언론, 北 모독… 취소”
정부 “北 일방 통보로 남북
합의 행사 개최 못해 유감”

북한이 금강산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 공동문화행사를 돌연 취소했다. 우리 언론이 자신들을 모독하는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통보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29일 오후 10시10분쯤 남북 고위급 회담 단장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명의 통지문을 보냈다. 북측은 통지문에서 “다음 달 4일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합의했던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북측은 취소 이유로 우리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은 통지문에서 우리 측 언론들이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북측이 취하고 있는 진정 어린 조치들을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의 경축행사까지 시비해 나선 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앞서 남북은 지난 17일 차관급 실무회담을 열어 금강산 지역에서 남북 합동문화행사를 열고, 마식령스키장에서 스키선수 공동훈련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남북은 추가 조율 끝에 금강산 문화행사를 다음 달 4일 열기로 사실상 합의했지만 북측이 이 일정을 돌연 취소한 것이다. 북측이 다음 달 8일 건군절 70주년을 기념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는 등 위협적 행동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리 언론을 통해 제기되자 일종의 항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이날 싱가포르 출장 중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 때부터 우리 정부를 향한 직접 비난을 자제하는 대신 우회적으로 남측 언론 보도를 문제 삼는 행태를 여러 차례 보여 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남북이 합의한 행사가 개최되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어렵게 남북관계 개선에 첫발을 뗀 상황에서 남과 북 모두 상호 존중과 이해의 정신을 바탕으로 합의한 사항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