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자동차업계, 사람 대상 ‘가스 실험’ 했다

폭스바겐 원숭이실험 이어 ‘충격’

아헨공대, 25명 대상으로 4주간
주3시간 질소산화물 마시게 해
실제 차량서 나온 배출가스
獨언론, 관련 단체 비밀문서 폭로

독일 자동차업계가 원숭이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도 가스실 실험을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독일 일간지 슈투트가르트차이퉁(StZ)은 유럽 운송 분야 환경보건연구그룹(EUGT)이 독일 아헨공대에 의뢰해 사람을 대상으로 배출가스 유해 여부 실험을 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이 단체는 폭스바겐 의뢰로 원숭이 대상 배출가스 실험을 한 사실이 뉴욕타임스를 통해 알려져 동물학대 논란을 일으켰다.

EUGT는 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 독일 자동차 회사와 부품업체 보쉬가 만든 업계 대변 단체로 관련 연구를 외부에 의뢰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EUGT 대외비 문서 ‘2012∼2015년 활동보고서’를 보면 사람 대상 실험은 “질소산화물 단기 흡입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자문위원회 권고로 이뤄졌다고 StZ는 전했다. 질소산화물은 디젤 차량 등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이다.

EUGT는 아헨공대 연구소를 통해 건강하고 젊은 남녀 25명을 대상으로 4주간 매주 3시간씩 질소산화물 흡입 실험을 진행했다. EUGT는 실험 결과 아무 영향도 없었다고 보고했다. 연구에 사용된 차량은 원숭이 대상 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유해가스 배출량을 실제보다 낮추는 배출가스 조작 장치를 달고 있었다.

아헨공대 실험 책임자는 StZ 인터뷰에서 “질소산화물은 디젤차 배출 오염물질의 일부에 불과하고 실생활에서는 노인, 아동, 임신부 등 다양한 계층이 장기적으로 흡입한다”며 “소규모 연구 결과를 근거로 (자동차업계가) 모두에게 무해하다고 주장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사람 대상 연구 자체를 몰랐다며 조사를 벌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