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600 터치… 弱달러 끌고 IT회복 기대감이 밀었다

입력 2018-01-29 18:24 수정 2018-01-29 20:51

연일 신기록… 코스닥도 920 넘어 16년 만에 최고치

원화강세 따라 外人 몰려
랠리 소외되던 코스피 분출

IT 실적 기대도 상승 엔진
SK하이닉스 주가 재상승
IT주 랠리 이어갈지 관심
내수·중소형주도 활짝


주식시장이 질주하고 있다. 코스피는 장중에 전인미답의 2600 고지를 밟았다. 코스닥은 920선을 넘어서며 16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두 시장의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었다.

증시를 뜨겁게 하는 연료는 꾸준히 공급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호황, 달러 약세에 따른 신흥국 시장 선호현상, 내수 개선 기대감 등이 불을 지핀다. 하지만 과열 논란도 여전하다. 코스피에선 정보기술(IT) 대형주가 추가로 랠리를 이어갈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9일 23.43포인트(0.91%) 오른 2598.19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3214억원, 기관은 3601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는 동력으로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를 꼽는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7원 오른 1065.6원에 마감했지만 최근 3개월간 환율은 5% 이상 하락했다. 시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약(弱) 달러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보통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 글로벌 자금은 신흥국 주식시장으로 몰린다. 나중에 주식을 팔고 환전하면 더 많은 달러를 손에 쥘 수 있어서다.

신흥국 주식시장은 지난달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코스피는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26일까지 0.9% 오르는 데 그쳤다. 인도네시아 태국 인도 증시의 상승률보다 낮다. 믿었던 IT 대형주가 지지부진했던 탓이 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지난달부터 고점 논란, 실적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혔다.

그러나 최근 코스피지수는 다시 상승기류를 탔다. IT업종의 실적 회복 기대감이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한 SK하이닉스의 주가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지부진했던 내수주, 중소형주도 원화 강세 환경 속에서 코스피의 오름세를 뒷받침한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 기대감 등은 내수주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선 대형주(3.27%)보다 중형주(9.41%)와 소형주(11.22%)가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가상화폐 투기를 강력 규제하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9일 주식거래 계좌 수는 사상 처음으로 2500만 계좌를 돌파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소형주가 받쳐주고, 대형주가 이끄는 장세가 계속 가기는 어렵다고 본다. 투자자들은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투자 김두언 연구원은 “IT 대형주와 중소형주 중 한 방향으로 쏠림은 불가피하다고 본다면 여전히 IT주에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노동길 연구원은 “IT업종 상승세의 불확실성이 완화됐고, 기업 실적 호조 기대감이 이어질 것”이라며 “코스피는 28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달리 중소형주가 더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다음 달에도 경기민감주, 중소형주 위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대형주는 우상향이긴 하지만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는 여전히 고점 논란이 있다”고 진단했다.

코스닥 시장은 바이오·제약주의 고점 논란을 딛고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29일 13.93포인트(1.53%) 오른 927.05로 마감했다. 2002년 3월 29일(927.30) 이후 최고치다. 금융투자업계는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당분간 지수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한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