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증·개축 건물 실태
오래 영업할수록 수익이
과태료보다 많아 ‘성행’
서울 지역만 최근 3년간
5만여건 위반 새로 적발
화재에 취약한 점이 문제
처벌과 감시 강화해야
“이게 불법으로 증축된 건물인지는 몰랐지.”
29일 오후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 만난 정모(60·여)씨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시장길은 상점들이 철골 구조물을 잇대 놓아 걷기가 어려울 정도로 좁았다. 아동복 판매점과 노점상 사이 폭은 약 2.16m. 정씨는 “소방차도 못 들어오는데 불이 난다고 상상하니 아찔하다”고 말했다.
불법 증·개축 건물은 한국사회의 안전불감증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화마(火魔)로 39명이 목숨을 잃은 경남 밀양 세종병원의 신고 연면적은 1489㎡이었지만 10% 이상을 불법 증축했다. 증축한 곳은 주로 창고나 식당 등으로 사용했다. 얼마 전 화재가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와 서울 종로 여관 역시 불법 증·개축 건물이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불법 증·개축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이행강제금은 건축물 시가표준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에 위반면적을 곱한 금액 이하의 범위에서 부과할 수 있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할 수 있는 금액이 적어 불법 증·개축을 하고 오래 버티며 영업할수록 실질적인 과태료는 줄어드는 구조”라며 “상권 좋은 곳에서는 과태료를 내더라도 계속 영업하는 게 이익이라 여긴다”고 말했다.
전철수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신규 적발된 위반건축물은 5만여건에 이른다. 무허가(신고) 건축물이 90.7%(4만3815건), 무단 용도변경 2.9%(1397건), 무단대수선(방쪼개기) 0.9%(419건), 사전입주 0.4%(2238건)이었다. 전국으로 확대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불법으로 건물을 증·개축할 경우 법적 시설기준에서 벗어난 사각지대가 생겨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 자체가 불법이어서 관리대상이 아니라 철거해야할 대상인 데다, 안전을 위해 비워둬야 할 통로나 출구에 얼기설기 손을 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법 증축물의 경우) 소방시설이나 피난시설에 대한 기준 적용이 안 돼 있는 상태일 것”이라며 “값싼 재료 또는 허가 안 된 재료를 증축에 사용할 확률도 높아 화재가 나면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불법 증·개축에 대한 처벌 강도를 높이고 감시를 철저히 하는 게 해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박경서 서울시 건축기획과장은 “이행강제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며 “지난해 국토부에 이행강제금 할증을 건의했는데 법령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건물 외부가 불법 증축이 된 부분은 이를 확인하고 지도 단속하는데, 내부의 불법증축이나 개조 등 공간을 변경해서 쓰는 경우는 확인이 어렵다”며 “다중이용시설 혹은 어린아이 노인 등이 많이 찾는 시설물에 대해선 공간의 용도변경, 시설변경, 불법 증·개축을 점검하고 지도·단속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재호 이택현 기자 sayho@kmib.co.kr
불법 증·개축, 과태료 물고 버티는 게 이익… 안전불감증 만연
입력 2018-01-3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