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검찰, 가짜 트위터 계정
수백만개 거래한 기업 적발
일부는 실제 인물 계정 베껴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이 고객
실재하지도 않는 누군가가 내 이름과 ‘셀카’ 사진을 내걸고 날 사칭한다. SNS 계정에 적었던 프로필까지 베껴 걸어놓은 채다. 잘 알지도 못하는 외국어로 된 광고를, 때론 낯 뜨거운 포르노 게시물을 ‘리트윗’한다. 유명인들이 올린 사진과 글에 비슷한 ‘유령 계정’들이 떼를 지어 ‘좋아요’를 누른다. 이 시간 온라인 공간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미국에서 이른바 ‘유령 SNS 계정’을 대량으로 만들어 유통시킨 업체가 적발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뉴욕 검찰이 가짜 SNS 계정 수백만개를 만들어 기업체, 유명인 등에게 팔아넘긴 기업 ‘데부미(Devumi)’를 조사 중이라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업체가 유통시킨 350만개의 트위터 계정 중 5만5000여개는 실제 인물의 이름과 프로필 사진, 주소지를 그대로 따왔다.
SNS가 지향하는 관심과 소통이란 이들에겐 돈을 주고 거래할 상품일 따름이었다. 의뢰인은 맞는 액수만 지불하면 수많은 가짜 계정을 ‘팔로어(follower·구독자)’로 얻었다. 지난해 4월 더타임도 데부미가 225달러(약 24만원)에 팔로어 25만명을 넘겼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데부미는 이 가운데 팔로어 계정 1만개가 ‘실제 사람’처럼 보인다고 광고했다. 실존 인물을 사칭했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좋아요’나 리트윗 역시 거래 대상이긴 마찬가지였다.
고객의 면면은 가지각색이다. 기업은 물론 유명 목사부터 스포츠 스타, 코미디언, 모델, 강사, 리얼리티 TV쇼 출연자 등이 돈을 주고 팔로어를 샀다. 이들의 가족이나 지인, 회사 직원들이 대신 팔로어를 구매해준 경우도 있었다.
유령 계정들은 이른바 ‘댓글부대’로도 동원됐다. NYT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와 반대자들 모두 데부미에서 계정을 구입해 정치적 토론장에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서도 리트윗을 해달라며 데부미에 돈을 지불했다.
지난해 3월 인디애나대와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에 따르면 활성화된 트위터 계정 4800만개 중 약 15%는 자동으로 특정 메시지를 반복하거나 반응하는 ‘봇(bot)’ 계정이다. 지난해 11월 발표에 따르면 페이스북에서도 가짜 계정 약 6000만개가 활동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아직 유령 계정 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법망은 찾기 어렵다. SNS 업체들이 자체 규정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책임을 따지기 어려워 실효성이 없다. 트위터의 경우 공식적으로 계정 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나 데부미를 비롯한 많은 업체들이 공개적으로 계정 판매를 광고해 왔다.
국내 사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번호를 도용해 계정을 만들면 불법이지만 프로필이나 이름을 내거는 등 단순한 사칭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사칭한 계정으로 명예훼손 등 불법 행위를 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해 케이스별로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다”면서 “아직 SNS 계정 거래를 단속할 수단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팔로어 팝니다”… ‘유령 SNS’ 암거래 성행
입력 2018-01-3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