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조사 병행한 대학도
전직 대학 논문 조사 안해
친구 자녀 논문 저자로
끼워넣기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문제점 많아
대학 내서도 회의적 목소리
“필터링 시스템 등 갖춰야”
교육부의 미성년 자녀 논문 공저자 끼워넣기 조사는 교수들의 자진신고에만 의존해 허점을 드러냈다. 대학들은 미온적으로 대응했고 대학 차원에서 조사위를 꾸려 전수조사에 나선 곳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친척이나 친구의 자녀를 논문 저자로 끼워넣는 등의 ‘꼼수’는 아예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교육부 발표와 국민일보가 추가 확인한 사례까지 포함하면 관련 사례는 100건이 넘는다.
국민일보 취재결과 상당수 대학에서 자체조사 없이 교수들에게 자진신고 공지만 내린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교수 개인의 양심에만 조사를 맡긴 셈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산학협력단에서 이런 조사를 할 방법이 없다. 어떻게 하겠느냐”며 “이번에 교육부에 제출한 건 모두 교수들이 자진신고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학들은 일부 자체조사를 병행했지만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아주대와 포항공대는 교수가 전직 대학에서 발표한 논문은 조사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포항공대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소속 교원들이 발표한 논문을 데이터베이스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조사했다”며 “교수들이 다른 대학에 있을 때 발표했던 논문은 이 데이터베이스에 없다”고 말했다.
몇몇 대학은 조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안동대 관계자는 “교수들에게 이런 사항이 있으면 제출해 달라고 이메일을 발송하고 자체조사도 했다”면서도 “방학 기간이라 교수들이 메일을 제대로 보지 않았을 수도 있고 논문도 너무 많아 솔직히 결과를 확신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대학들 사이에서도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충남대 관계자는 “교수들이 1000명 정도 되는데 너무 방대해서 솔직히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필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서울시내 한 사립대 관계자도 “교육부 발표를 보니 이번 조사에 해당 사항이 없다고 답한 대학들이 많았는데 사실이 아닐 것”이라며 “드러나지 않은 게 훨씬 더 많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조사 대상이 한정됐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했다. 교육부는 교수가 자신의 중·고등학생 자녀와 함께 논문을 발표한 사례만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조카 등 친척이나 지인의 자녀를 논문에 끼워넣은 교수들은 조사에서 제외됐다. 2015년 SCI급 논문에 친구의 자녀를 공저자로 기재한 성균관대 A교수도 이런 이유로 조사에서 빠졌다.
현재 대학 소속이 아닌 전직 교수나 연구원도 조사에서 제외됐다. 10년에 걸쳐 논문 43편에 아들의 이름을 올린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사직해 이번 조사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가속기연구소의 B연구원도 2010년 두 편의 SCI급 논문을 아들과 함께 발표했으나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엄창섭 대학연구윤리협의회장은 “부모가 자녀를 논문에 넣든, 친구 자녀를 넣든 기본적으로 문제는 같다”며 “이번 조사를 계기로 미성년자가 논문에 들어갈 정도로 기여했는지, 입시에 스펙으로 활용됐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불공정 세태] ‘셀프신고’ 의존한 ‘논문 끼워넣기’ 전수조사… 곳곳 구멍
입력 2018-01-29 19:58 수정 2018-01-29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