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찰 ‘실화’ 뒤집고 ‘방화’로 최종 결론
첫 발화추정 지점 말 바꾸자
檢, 전담팀 구성 원점 재수사
친모, 이혼 후 양육에 부담
잦은 빚 독촉까지 받자 범행
라이터로 이불에 불붙인 듯
비정한 20대 친모 구속기소
검찰이 담뱃불 화재로 어린 자녀 3명이 숨진 지난달 광주 두암동 아파트 화재사건에 대해 친모가 불을 지른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부주의에 의한 ‘실화’가 아닌 고의로 불을 낸 ‘방화’라는 것이다. 담뱃불을 잘못 끈 친모의 실수라는 경찰의 수사결과가 뒤집힌 셈이다.
광주지검(검사장 양부남)은 현주건조물방화치사혐의로 정모(23·여)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2시26분쯤 자신이 사는 광주 두암동 아파트 11층에 불을 내 작은방에서 잠자던 네 살과 두 살 아들, 15개월 된 딸 등 어린 자녀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다. 정씨는 이혼 직후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과 생활고에 시달려오다가 인터넷 물품대금 사기와 관련돼 잦은 빚 독촉을 받자 범행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당초 경찰에서 “라면을 끓이려고 주방 가스레인지를 켜놓고 잠이 들었다가 불이 났다”며 “불이 순식간에 번져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정씨가 이후 “작은방 입구에 깔린 이불에 담뱃불을 비벼 끈 뒤 잠이 들었다”며 최초 발화추정 지점을 바꾼 점에 주목했다.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원점에서 재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정씨가 화재 3일 전 친구에게 “아이들을 보육원에 보내고 새 인생을 시작하겠다”는 휴대전화 문자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전 남편과 남자친구에게도 자살과 화재를 암시하는 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순식간에 불길이 확산돼 아이들을 데리고 나올 수 없었다는 데 대해서도 “스타킹에 불에 타거나 그을린 자국이 없었고 출입문 주변도 탈출하기 힘들 만큼 불에 타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검찰청 화재수사팀도 정씨의 진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결과를 내놨다. 국과수는 “정씨가 담뱃불을 비벼 껐다는 이불은 극세사 재질로 쉽게 불이 붙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씨의 진술과 행동·심리분석, 현장 감식 등을 위해 구속 기간을 한차례 연장하고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하는 등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했다. 검찰은 그 결과 술에 취한 정씨가 이불 등에 라이터로 불을 지른 것으로 판단해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현주건조물방화치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무겁게 처벌된다.
검찰 관계자는 “어린 자녀 3명이 잠든 방에서 불길이 커지는 시간에 정씨는 10여분 동안 전 남편, 남자친구와 전화통화만 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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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1-29 19:12 수정 2018-01-29 2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