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서윤경] ‘평균의 함정’에 빠져… 현실 외면한 국토부

입력 2018-01-29 19:22 수정 2018-01-29 21:23

평균의 함정은 사람들이 현실을 완전히 다르게 인식하도록 한다는 데 있다. 전체(분자)를 나누는 분모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평균이 나오기 때문이다.

가령 박근혜정부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은 야당의 법인세 인상 주장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들이댔다. 한국의 법인세가 OECD 평균보다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기업소득 비중이 OECD 평균보다 높아 법인세를 많이 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잘못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치명적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정부는 ‘평균’을 맹신하는 듯하다. 주거복지를 책임지는 국토교통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은 신혼부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담았지만 유독 맞벌이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이전 신혼부부 정책과 동일하게 혼자 버는 가정의 월 소득은 481만원, 맞벌이는 578만원 이상을 넘으면 안 된다는 전제를 달았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현장 이야기를 전하고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이렇다. 통계에 따르면 월 578만원 이상의 소득은 상위 30% 이상이라 기준을 완화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기자에게 소득 수준이 높은 신혼부부 얘기만 듣지 말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그의 발언에 힘을 보태는 논문이 있다. 동국대 김낙년 교수가 2014년 발표한 ‘한국의 최고소득’ 논문은 한국 소득 상위 10%의 연 소득(세전)이 3940만원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평균의 함정이다. 분모에 20세 이상의 근로소득자나 사업자부터 비취업자, 은퇴자, 주부까지 모두 넣은 국세청 자료를 사용하다 보니 나온 수치다.

28일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부부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을 넘는 신혼부부도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결혼한 지 7년 이내 신혼부부에 한정해 소득 기준을 8000만∼1억원으로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김 장관에게 다시 묻고 싶다. 금융위 관계자들도 주변에 소득 수준이 높은 신혼부부들만 있어서 이 같은 업무계획을 내놨을까.

서윤경 산업부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