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통령 등에 책임전가
개전의 정 없다”… 중형 요청
禹측 “통상 업무절차 수행”
“피고인은 민정수석의 막강한 권한을 갖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29일 열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우 전 수석에게 징역 8년을 구형하며 이처럼 질타했다.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고 굳은 표정으로 듣던 우 전 수석은 입을 꾹 다문 채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검찰은 우 전 수석에게 국가기능을 방해한 죄책을 물었다. 검찰은 “정부부처 인사에 개입하고 감찰권을 민간영역까지 남용했다”며 “개인비위 의혹을 덮는데 권한을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작 민정수석 본연의 감찰 업무를 외면해 국가기능이 심각하게 저해됐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은 “위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아래로는 민정비서관실의 부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개전(改悛)의 정(情)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의 태도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우 전 수석은 최후진술에서 미리 준비해온 A4 용지 4∼5장 분량의 원고를 읽었다. “청와대 관행에 따라 정당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검찰은 국정농단 수사 이후 1년6개월간 표적수사를 해왔다”며 “제가 과거 검사였을 때 처리한 사건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2009년 자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데 대한 앙갚음이란 언급이었다.
우 전 수석은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급 공무원 6명에 대한 좌천성 인사 조치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4월 기소됐다. 자신의 비위 의혹을 감찰하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활동을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약 9개월의 심리는 마무리됐다. 선고 기일은 다음 달 14일로 잡혔다. 우 전 수석은 30일부터 별도의 재판을 받는다. 국가정보원 조직을 동원해 공무원·민간인을 불법 사찰하고 블랙리스트 운영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지난 4일 구속 기소됐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국가 기능 방해”… 禹 징역 8년 구형
입력 2018-01-29 19:15 수정 2018-01-29 2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