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장미’ 달고 레드카펫… 그래미 시상식도 ‘미투’ 열풍

입력 2018-01-29 19:25 수정 2018-01-29 21:00
미국 팝스타 케샤(가운데)가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제60회 그래미시상식 축하 공연 중 자신의 곡 ‘프레잉'을 열창하고 있다. 이 곡은 케샤가 자신의 전 프로듀서에게 제기한 성폭행 소송에서 패한 후 다시 일어서겠다는 다짐을 담은 노래다. 신디 로퍼와 카밀라 카베요, 줄리아 마이클스, 안드라 데이 등도 성폭력에 저항한다는 의미를 담은 흰 옷을 입고 케샤의 무대를 함께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제60회 그래미 시상식이 끝나고 트로피를 든 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제60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흰 장미를 옷에 달고 등장한 가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알레시아 카라, 샘 스미스, 마일리 사이러스, 나일 로저스, 낸시 오델. AP뉴시스
엘튼 존은 피아노 위에 흰 장미 올려
브루노 마스 ‘올해의 앨범’ 등 7관왕


제60회 그래미 시상식이 흰 장미로 물들었다. 그래미는 미국 음반업계 최고 권위 시상식.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 ‘미투(#MeToo)’가 이어진 것이다. 흰 장미는 최근 여배우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성폭력 공동대응 단체 ‘타임스 업(Time’s Up)’에 지지를 보내는 상징으로 희망과 저항을 뜻한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진행된 그래미 시상식. 60회를 맞아 15년 만에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으로 개최 장소를 옮겼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 켈리 클락슨, 케샤, 마일리 사이러스, 리타 오라 등은 가슴 한편에 흰 장미를 단 채 레드카펫을 밟았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 스타들도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진행자 제임스 코든을 비롯해 체인스모커스, 샘 스미스, 닉 조나스 등도 흰 장미를 옷에 달고 등장했다. 엘튼 존도 축하 무대에서 피아노 위에 흰 장미 한 송이를 올려놓으면서 동참했다.

무대에서도 흰 의상을 입은 스타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케샤는 축하 공연에서 지난해 발매한 앨범 ‘레인보’의 수록곡 ‘프레잉’을 불렀다. 신디 로퍼와 카밀라 카베요, 줄리아 마이클스, 안드라 데이 등도 흰 옷을 입고 성폭력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함께 던졌다. 자넬 모네는 케샤의 무대를 소개하면서 “감히 우리에게 침묵하라고 하는 자들에게 두 단어를 말해주고 싶다”며 “그런 시대는 끝났다(Time’s Up)”라고 일갈했다.

올 그래미의 주인공은 브루노 마스였다. 마스는 대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주요 부문을 휩쓸었다. 올해의 앨범과 레코드는 ‘24K 매직(24K Magic)’, 올해의 노래는 ‘댓츠 왓 아이 라이크(That’s What I Like)’로 받았다. ‘베스트 알앤비(R&B) 노래’ ‘베스트 알앤비 앨범’ ‘베스트 알앤비 퍼포먼스’ ‘베스트 엔지니어드 앨범’까지 받으면서 7관왕을 차지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도 눈길을 끌었다. 미리 촬영된 영상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존 레전드, 스눕 독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치부를 드러낸 마이클 울프의 저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소리 내 읽는 촌극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에 맞서 카베요는 “미국은 꿈꾸는 사람들이 만든 나라”라며 “저는 쿠바와 멕시코 이민자로서 그래미에 서 있는 게 자랑스럽다. 저 같은 아이들이 잊혀서는 안 되고 계속 꿈꿀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