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머님…. 이렇게 허망하게 가면 저는 어떻게 살라고….”
신수금(68·여)씨는 29일 두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 신씨의 친정엄마인 류분남(91)씨와 시어머니인 민흥화(91)씨가 비슷한 시각 나란히 영면했기 때문이다.
신씨는 20년 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뒤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를 모시며 서로 의지하고 살았다. 친정엄마와 시어머니 모두 함께한 세월은 길었지만 작별은 짧기만 했다.
신씨의 친정엄마 류씨는 이날 오전 7시30분 경남 밀양시 농협장례식장에서 사랑하는 가족, 친지와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발인 전까지 담담했던 신씨는 관을 옮기는 모습을 보고선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비교적 정정했던 류씨는 경남 창녕의 한 요양원에서 지내다가 지난 24일 방광염(신우신염) 증세가 심해져 세종병원에 입원했다가 이틀 만에 유명을 달리했다.
같은 시각 밀양시 수산행복한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신씨의 시어머니인 민씨가 화장장으로 떠났다. 8년 전부터 치매를 앓았던 민씨는 인근 요양원에서 지내다 폐렴 증세 탓에 세종병원에 입원했다가 변을 당했다.
문주자(72·여)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빈소를 마련하지 않고 밀양병원에 시신을 안치했다가 바로 장례절차에 들어갔다. 장례식장 부족으로 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던 강모(87)씨 등 4명은 사고 발생 나흘 만인 이날 빈소가 마련됐다.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장례식은 전날 7명에 이어 이날 15명이 치러졌다. 30일에는 12명에 대한 발인이 엄수되는 등 31일까지 이번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절차가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다.
합동분양소가 마련된 밀양문화체육회관에는 지역민들과 전국에서 찾아온 조문객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밀양 시민 박민성(51)씨는 “조그마한 도시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합동분양소가 차려진 이후 매일 조문을 오고 있다”고 말했다.
밀양=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엄마… 어머님…” 친정·시어머니 함께 잃고 오열 ‘통곡의 밀양’
입력 2018-01-29 18:47 수정 2018-01-29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