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책임 피하려다 일 키운 폴란드

입력 2018-01-29 19:08 수정 2018-01-29 23:41
폴란드의 아우슈비츠에 있던 나치독일 최대의 강제수용소 처형실인 '샤워실' 앞에서 27일(현지시간) 생존자들이 당시 유대인 재소자들의 줄무늬 스카프를 두른 채 기념식을 참관하고 있다. AP/뉴시스

이스라엘 반발에 정상회담 열기로

나치의 유대인 학살 문제를 둘러싸고 역사왜곡 논쟁을 벌여온 폴란드와 이스라엘이 갈등 수습을 위해 ‘홀로코스트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극우 정당이 장악한 폴란드 하원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아우슈비츠 수용소 등 나치 독일이 2차대전에서 폴란드를 점령했을 당시 운영했던 시설을 부를 때 폴란드와의 연관성을 암시하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에는 “독일 제3제국에 의한 범죄 또는 인류와 평화에 반(反)한 범죄, 전쟁범죄의 책임 또는 공동 책임을 폴란드에 돌리는 것을 금지한다”고 명시됐다. 이에 따라 아우슈비츠 앞에 ‘폴란드의’라는 수식어도 붙이면 안 된다.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 법안을 위반하면 벌금과 최대 징역 3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홀로코스트 당시 폴란드는 수용소를 운영하지 않았다. 오히려 폴란드도 유대인 300만명을 포함해 전체 600만명이 나치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일부 폴란드인이 나치에 부역했다.

폴란드 하원의 법안 통과 후 이스라엘은 ‘진실 왜곡’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은 (폴란드가) 진실을 왜곡하고 역사를 고치고,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자국 주재 폴란드대사 직무대행을 불러 항의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반발하자 안드레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28일 법안 처리를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돼도 효력 발휘의 마지막 단계인 대통령 승인은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이스라엘과 정상회담을 통해 ‘원만한 해결’을 추구하기로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