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경찰, 기소=검찰’ 와중에도 몸집 불리는 검찰

입력 2018-01-30 05:05

권력기관 개편안 점검 ⑤·끝

중앙지검 4차장 신설

범죄수익환수부 새로 설치
형사부도 8부서 9부로 늘려

기소권 등에 수사권 활용 여지
특수 수사 권한은 검찰에 남아
인사권 문제 해결 방안 보완돼야

“정치권력 수사 개입 봉쇄 안되면
어떤 개혁안도 미봉책에 그쳐”
검찰총장 임명절차 개선도 제기


청와대가 지난 14일 발표한 권력기관 개편 방안은 경찰을 1차적 수사기관으로, 검찰을 2차적 보충 수사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로 분산해 두 기관이 서로 견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한다’는 일본 형사사법체계와 기본 틀이 유사하다.

청와대의 개편안이 발표된 후 검찰 내부엔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김영규 춘천지검 차장검사는 지난 22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검경 수사권 조정은 근대 검찰 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전국평검사대회 개최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고 사흘 뒤 사표를 냈다. 본격적인 수사권 조정 논의 국면이 되면 검찰 내부의 반발이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검찰 스스로 과거를 반성하고 성찰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개혁 흐름 속에서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몸집은 더 불어났다. 법무부는 지난 26일 상반기 검사 인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에 4차장을 신설했다. 1979년 특수부, 강력부 등을 담당하는 3차장이 생긴 지 39년 만에 차장검사 자리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그 휘하에 범죄수익환수부가 새로 설치됐다. 형사부도 8개에서 9개로 늘어났다. 이번 인사로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수는 206명에서 211명으로 증가했다.

법무부는 “검찰청마다 법으로 규정된 검사 수의 기준이 있다”며 “기존 인력을 재배치한 것에 가깝다”고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1차 수사권을 갖는다는 건 결국 검찰로 송치되는 사건 숫자가 더 늘어난다는 의미”라며 “지금도 매달 검사 1명이 수백건씩 처리하는 게 다반사인데 송치 사건을 살펴볼 형사부 검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역할은 사라지겠지만 지휘 전담 검사들의 수가 늘 것”이라고 관측했다.

절도, 폭행 등 일반 형사사건의 경우 현재도 경찰이 1차 수사 역할을 사실상 담당한다. 청와대가 발표한 개혁안은 경제·금융 범죄 등 특수 사건에 대한 수사권은 여전히 검찰에 주도록 했다. 경찰 내부에서 “그동안의 역할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에선 1차 수사와 2차 수사가 법률로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입법 과정에서 1차 수사와 2차 수사의 개념과 역할을 면밀히 나누지 않으면 혼선이 생길 수 있다”며 “경찰이 1차 수사를 하는 데 필요한 압수수색·계좌추적 영장 등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간접적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진정한 검찰 개혁을 위해선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란 근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회장은 “검찰 개혁을 왜 해야 하느냐고 국민에게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때문이라고 한다”며 “우 전 수석으로 대표되는 정치검사들이 과거 사건 처리 과정에서 권력의 입맛, 자신들 입맛에 맞도록 검찰을 움직였다는 게 개혁이 필요한 근본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은경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역시 지난해 9월 열린 제6회 변호사대회에서 “정치권력이 인사권을 무기로 수사에 개입하는 여지를 봉쇄하지 않는 한 어떤 개혁안이 나오더라도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협회장은 “성실하고 능력 있는 검사보다 정치권을 기웃거리거나 청탁에 열심인 검사가 주요 보직에 발탁된다면 정치적 중립성 확보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검찰총장의 임명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 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검찰총장은 법무부 소속 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인물을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청와대가 인사권을 통해 ‘검찰 길들이기’를 할 수 있는 구조라는 뜻이다.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권을 국회 등으로 분산하는 입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또 직급 서열 중심의 상명하복 문화를 개선하고 중립 기구인 검찰 인사위원회 등을 설치해 검사 인사 제도를 더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