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 채용비리 상시 적발·엄단 체계 구축하라

입력 2018-01-29 17:34 수정 2018-01-31 17:34
정부가 29일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후속조치 및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1190개 공공기관·지방공공기관·기타 공직유관단체의 지난 5년간 채용 과정을 전수조사해 내놓은 결과물이다. 946개 기관·단체에서 총 4788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됐으니 10곳 가운데 8곳에서 비리가 확인된 셈이다. 공공부문에 채용비리가 얼마나 만연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채용비리는 특권과 반칙으로 타인의 취업 기회를 빼앗음으로써 공정한 경쟁과 공동체의 신뢰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묵과할 수 없는 사회악이다.

정부는 부정청탁·지시나 서류조작 등 채용비리 혐의가 짙은 109건을 수사의뢰하고 비리 개연성이 있는 255건에 대해서는 징계·문책을 요구했다. 수사의뢰 대상에 포함된 8개 현직 공공기관장은 해임하고 임직원 266명은 즉시 업무에서 배제한 뒤 기소될 경우 퇴출시키로 했다. 부정합격자도 본인이나 관련자가 기소될 경우 퇴출시킬 방침이다. 엄단 의지가 느껴지는데 채용비리의 심각한 폐해를 감안하면 당연한 조치다.

이 같은 방침은 앞으로도 유지돼야 한다. 국민적 공분을 의식한 일회성 대책이 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번에 함께 발표한 제도 개선 방안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상시 감독 및 신고체계를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채용비리 통합신고센터를 상설 운영하겠다고 했는데 신고절차 간소화, 철저한 비밀 보장 등을 통해 신고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감사원 등으로 넘기거나 검·경에 수사의뢰해 신고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이번과 같은 특별 전수조사를 정례화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채용비리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임직원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방침도 비리 차단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죄판결이 난 임원이나 부정채용 청탁자의 명단 공개, 채용비리 관련 징계시효 5년으로 연장, 부정합격자 5년간 공공기관 채용시험 응시자격 제한 등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채용 전 과정을 공개하고 외부평가위원 참여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채용비리는 최근 시중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 실태조사에서 드러났듯 민간부문에서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취업난이 심각하고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채용비리에 대한 유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채용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비리 연루자에 대한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공공기관이 앞장서야 민간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사회’를 지향한다는 정부의 약속이 빈말이 돼서는 안 된다.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정부와 공공기관의 솔선수범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