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뮤지엄, 리움 빈자리 채울까

입력 2018-01-29 19:18 수정 2018-01-29 21:07
롯데뮤지엄 개관전 ‘댄 플래빈, 위대한 빛’ 전에 선보인 일명 ‘녹색 장벽 방’ 전시 전경. 빨강 파랑 노랑 기하학적 추상 회화작가 몬드리안이 빠트린 녹색을 사용했다. 오른쪽 사진은 작품 ‘콘스탄틴 브랑쿠시에게’.

롯데뮤지엄은 삼성미술관 리움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롯데그룹이 한국 최고층 빌딩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월드타워(123층) 7층에 롯데뮤지엄을 최근 오픈했다. 개관전으로 ‘댄 플래빈, 위대한 빛’전을 지난 26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빛의 예술가’인 미국 작가 댄 플래빈(1933∼1996)은 산업제품인 ‘형광등’을 사용한 작품을 만들어 예술적 아우라를 입혔다. 관람객의 위치에 따라 설치물이 다르게 보이는 미니멀리즘 조각의 대표 주자로 미술사에서도 중요하게 기록된다. 일반 공개 하루 전인 지난 25일 전시장을 찾았다.

볼품없는 형광등이 만들어내는 빛의 마술이 놀랍다. 형광등을 한 개, 두 개, 세 개씩 일정한 간격으로 벽에 세우거나, 한 개를 비스듬히 벽에 세우기도 했다. 형광등에서 나오는 노랑 분홍 초록 등 다양한 색은 중세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현대 버전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하이라이트는 일명 ‘녹색 장벽 방’이다. 높이 1.2m 형광등을 직조하듯 간격을 두고 배열한 작품으로, 멀리서 보면 긴 장벽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 같다. 처음 녹색으로 보이던 형광등은 어느새 흰색으로 보이며 마술을 부린다. 이번 전시는 미국 뉴욕 디아아트파운데이션의 협력으로 성사됐다.

롯데뮤지엄 개관을 미술계가 주목하는 건 ‘리움 대타론’의 기대감에서다. 리움은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 여파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현대미술 전시를 올스톱했다.

그런데 롯데뮤지엄은 전시공간부터 한계를 노정한다. 최고 층고가 5m에 불과하다. 이는 스펙터클한 설치 작품이 추세인 현대미술 전시를 하는데 아킬레스건이다. 7∼10m나 돼야 매달거나 세우는 대형 작품도 설치할 수 있다. 리움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2개 층을 터 최고 층고 17m인 공간을 갖췄다.

1호 작가가 왜 댄 플래빈이냐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한다. 한광규 롯데문화재단 대표는 “플래빈은 아시아에서 소개된 적이 없다. 그의 빛 예술세계가 우리 전시공간에 왔을 때 새롭게 재탄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미술비평가 A씨는 “개관전 주인공을 통해 미술관 운영 철학을 제시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플래빈은 지금 현장에서 핫한 작가는 아니다. 마치 외국 유명가수가 전 세계 다 돌고 한국에 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신진 작가 지원 여부도 관심거리다. 리움의 아트스펙트럼 작가상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를 배출하는 등 유망주 발굴의 장이었다. 한 대표는 “개관하기에 바빠 세심한 정책은 마련하지 못했다”며 “시작 단계라 외국 작가를 먼저 하고 점차 한국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4월 8일까지.

글·사진=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