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서 탈레반 구급차 폭탄테러… 사망 100명 넘어

입력 2018-01-29 05:05
아프가니스탄 카불 도심 한복판에서 27일(현지시간) 차량폭탄 테러가 발생해 수백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테러로 다친 시민이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가장 붐비는 토요일 낮에 테러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컸다. AP뉴시스
올 들어 6번째 ‘가장 잔혹’… 230여명 부상

“환자 이송 중” 검문소 통과
관공서·대사관 모인 번화가
토요일 낮 노려 효과 극대화

미국의 ‘17년 소탕’ 무위로
탈레반, 아프간 3분의 1 점령
매일 민간인 10명씩 희생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공격이 점점 더 과감해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는 사망자가 최소 103명, 부상자가 235명 이상으로 집계되면서 올 들어 가장 잔혹한 테러로 기록됐다.

최근 아프간 내 테러는 민간인과 함께 정부 관계자들을 표적으로 삼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도 테러가 발생한 장소는 아프간 내무부 구청사를 비롯해 각 부처 사무실과 각국 대사관, 유럽연합(EU) 사무실 등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뉴욕타임스(NYT)와 BBC방송이 전했다. 공무원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이면서 골동품과 카펫 상점 등 쇼핑시설이 밀집한 번화가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곳으로 진입하는 차량과 운전자는 엄격한 검문검색을 받는다.

테러범은 폭탄을 실은 응급차를 몰고 첫 번째 검문소를 통과한 뒤 두 번째 검문소에 이르러 폭탄을 터뜨렸다고 나스라트 라히미 내무부 수석대변인이 언론에 설명했다. 테러범은 경찰관에게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중”이라고 말하며 검문을 통과했다.

테러는 사람이 가장 붐비는 시간인 토요일 낮 12시15분쯤 발생하면서 대규모 사상자를 냈다. 희생자 규모는 지난해 5월 31일 카불 외교공관 밀집지역에서 트럭을 이용한 차량 폭탄 테러로 150명이 숨지고 400여명이 부상한 이래 가장 많다.

이번 테러는 지난 20일 탈레반 연계조직 무장대원들이 카불 시내 인터콘티넨탈호텔에 들이닥쳐 29명을 숨지게 한 지 일주일 만에 발생했다. 당시 현지 매체 톨로뉴스는 실제 사망자가 내무부 공식 확인보다 많은 43명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인터콘티넨탈호텔은 정부 관계자와 외빈이 주로 묵는 카불 최대 호텔이다.

사건 직후 탈레반은 자신들이 벌인 공격이라고 발표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에서 “내무부 인근 경찰 검문소를 겨냥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더머큐리뉴스는 “폭발이 일어난 장소는 탈레반과의 평화회담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아프간 고위평화위원회(HPC)의 사무실 인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탈레반은 충격을 극대화하고 전 세계 미디어의 주목을 끌기 위해 외국 대사관을 비롯한 정부 기관에 공격을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밤에도 카불 외교공관 밀집지역 내 인도대사관에 로켓탄이 떨어져 건물 일부가 부서진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이 더욱 기승을 부리면서 미국의 아프간 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아프간에 진출한 이후 17년간 탈레반 소탕작전을 벌였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미국과 아프간 정부는 최근 탈레반 축출을 위해 공세를 강화했지만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애틀랜틱은 탈레반이 현재 아프간 지역 3분의 1을 통제하고 있으며 이는 미군의 침공 이후 어느 시점보다도 넓은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집계를 보면 지난해 1∼9월 아프간에서 테러로 숨진 민간인은 하루 평균 10명이라고 NYT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스스로도 아프간에서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미국이 아프간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달 초 ‘탈레반 소탕작전’ 동맹인 파키스탄에 대한 군사 원조를 중단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