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국민일보목회자포럼 주최] “한민족 위상 높일 계기… 평창 위해 국민적 역량 모아야”

입력 2018-01-28 21:35
정세균 국회의장(왼쪽)과 소강석 국민일보목회자포럼 대표회장(새에덴교회 담임목사).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소강석 국민일보목회자포럼 대표회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정 의장과 소 목사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축제가 될 것이라는데 공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소강석 국민일보목회자포럼 대표회장 대담

정세균 국회의장과 소강석 국민일보목회자포럼 대표회장(새에덴교회 담임목사)이 지난 26일 평창 동계올림픽과 개헌, 청년실업 등 우리 사회의 여러 현안과 관련해 특별대담을 했다.

정 의장은 이 자리에서 “남북 문제는 언젠가는 풀지 않으면 안 되는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며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국민적 역량을 모으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의미에 대해선 “한민족의 위상을 다시 한 단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 목사도 “평창올림픽은 강원도의 은빛 빙상에서 출발하는 ‘평화의 설국열차’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담은 국민일보목회자포럼 주최로 이뤄졌으며, 서울 여의도의 국회의장실에서 진행됐다.



△소강석 목사=올해는 대한민국과 한민족에게 매우 중요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북핵 문제로 안보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인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기로 해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지게 됐다. 평창올림픽은 강원도의 은빛 빙상에서 출발하는 ‘평화의 설국열차’라고 볼 수 있겠다.

△정세균 국회의장=평창올림픽을 통해 세계인들에게 강원도와 평창이 많이 알려질 것이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강원도에 축복이 될 것이고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자긍심을 안겨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이 이룩한 경제적인 성과는 세계인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이제는 경제뿐만 아니라 스포츠 측면에서도 선진국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스포츠 그랜드슬램(하계올림픽·동계올림픽·월드컵·세계 육상선수권대회)을 달성한 다섯 번째 나라가 된다고 한다.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다면 한민족의 위상을 다시 한 단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소 목사=이런 축제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따가운 질책도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한반도기 입장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평화올림픽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의장=안타까운 점도 있다. 우려를 표시하는 분들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내부적으로 더 서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남북 문제는 언젠가는 풀지 않으면 안 되는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정파적인 이해관계나 개인적 소신과 관계없이 마음을 열어놓고 성공적인 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야 한다.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세계인들로부터 박수를 받았을 때처럼 이번에도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국민적 역량을 다 모아야 한다.

△소 목사=국민을 승객에 비유한다면 평화열차의 승객끼리 싸우는 문제도 있다. 정의를 추구하는 것도 지나치면 잔인하게 될 수 있다. 정치권에서 적폐청산을 부추긴다는 인상도 든다. 세계인들에게 우리끼리 싸우는 모습으로만 비칠까 우려된다.

△정 의장=올림픽 기간 동안 손님을 맞이하는 집에 분위기가 좋아야 되지 않겠나. 올림픽은 우리만의 경사가 아니라 세계 지구촌 젊은이들의 축제다. 세계인을 맞이하는 대한민국이 조금 더 화기애애한 가운데 그분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올림픽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올림픽 기간이 그렇게 긴 것도 아니다. 여야 이견이 있는 현안에 대한 과도한 논쟁은 잠시 멈출 수 있으면 좋겠다.

△소 목사=국민들이 개헌 논의에 관심이 많다. 대선 전에는 권력구조 개편에 방점이 찍혔는데 지금은 지방자치나 기본권에 보다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

△정 의장=지금의 개헌 논의는 대통령에게 권한이 너무 집중돼 있다는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그 권한을 나누는 분권을 추진해야 한다. 입법부·사법부·행정부 간에 권한을 배분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도 권한이 나눠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논의는 대통령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집중된 권한만 분산시킨다면 정부 형태야 어떻든 별로 상관없다. 지금처럼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된 상태에서 4년 중임제로 간다면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 되는 것이다. 기본은 분권이다.

△소 목사=일각에서는 개헌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이나 정체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 의장=개헌은 결국 여러 정파가 합의를 해야 하는 문제다. 한 정파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개헌을 하겠다고 주장하다면 그것은 곧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뜻에 불과하다. 따라서 너무 한쪽으로 좌편향된다든지 우편향될 것이라는 것은 기우이다. 서로 대화하고 타협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는 개헌이 이뤄지지 않는다.

△소 목사=구체적으로는 자유 민주주의에서 ‘자유’라는 문구를 뺀다든지, 양성평등을 성평등으로 바꾸는 문제가 있다. 그래도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지켜온 가치나 기본, 윤리성은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한다는 게 종교계와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지 않나 싶다.

△정 의장=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대한민국의 흔들릴 수 없는 양대 축이다. 이것은 그 누구도 훼손하기 어려운 가치다. 지금 국회에서 개헌 문제를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다. 어느 한편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방통행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진보와 보수 간에 토론을 통해 합의에 도달한다면 국민들도 수용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기우들은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걸러질 수 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소 목사=올림픽은 청년들의 축제이기도 한데 우리나라의 청년실업 문제는 아주 심각하다. 지금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지나치게 몰려 ‘공무원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다. 어떻게 하면 우리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고, 도전 정신을 갖게 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것 같다.

△정 의장=가장 심각한 문제다. 지금 같은 청년실업 상태에서는 도전 정신을 발휘할 수 없다. 내가 도전에 실패하더라도 또 다른 길이 있다는 안도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위험요소가 적은 공무원 시험에만 몰리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청년들의 주거 문제도 마찬가지다. 3포 세대, 5포 세대라는 말이 나온 지가 언젠데 지금도 전혀 치유가 되지 않고 있다. 청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일자리 문제와 주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두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돼야 젊은이들이 창업도 하고 도전도 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획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소 목사=청년 실업 해소도 중요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 정부가 아무리 예산을 투입해 정책을 펼쳐도 별 효과가 없다. 출산 장려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정 의장=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고 성공한 사례를 잘 벤치마킹해야 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출산 장려 정책을 쓰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 330년 뒤면 대한민국의 인구가 제로가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아이를 키우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하고 그 이전에 결혼하기 쉽도록 주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국가적인 과제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소 목사=정치와 경제는 같이 간다. 경제가 잘 돼야 늘어난 세금으로 정부도 예산을 잘 집행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 기업을 잘 육성하고 보호해 줄 필요도 있다고 보는데 요즘에는 기업하기 힘들다는 얘기들이 많다.

△정 의장=노사 문제가 복잡하다.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노동자가 과도하게 투쟁해서 사용자가 너무 많은 어려움을 겪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사용자가 갑질을 통해 노동자를 힘들게 하는 것도 문제다. 노사가 서로 존중하고 충분히 소통해서 윈윈하는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정부나 국회가 선도해야 한다.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 함께 참여하고 공감해 불필요한 갈등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 목사=대한민국이 지금까지 계속 성장해왔지만 성장 동력 자체는 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의장님께서 지금까지 대화와 협치로 정치권을 잘 이끌어 주셨지만 앞으로도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창의적 발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줬으면 좋겠다.

△정 의장=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다. 탄핵과 촛불집회, 조기 대선을 통해 민주주의를 잘 지켰다는 점에서도 정말 자부심을 가질 만한 나라다. 지구상에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보다 성공한 나라는 없다. 문제는 앞으로 희망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다. 지금의 사회 문제들은 저출산 문제부터 시작된다. 어느 한 정파나 정부의 문제가 아니다. 민족 전체에 관한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교계에서도 우리 사회와 나라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헌신을 함께 해주는 노력이 있으면 좋겠다.

정리=김판 기자 pan@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