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민 내세운 포퓰리스트
헝가리·폴란드도 극우 득세
反EU 목소리 더 거세질 듯
유럽을 휩쓴 혐오의 파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극우 정권이 세를 굳힌 폴란드와 헝가리, 보수-극우 연정이 출범한 오스트리아에 이어 27일(현지시간) 체코에서도 극우 포퓰리스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이로써 반(反)이민 여론은 물론 탈(脫)유럽연합(EU) 움직임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에 따르면 반이민주의자이자 친(親)러시아 성향으로 알려진 밀로시 제만(73) 대통령은 이날 진행된 체코 대선 결선투표에서 51.4%를 득표해 48.6%를 얻은 야권 후보 이르지 드라호시를 누르고 재선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제만 대통령은 지난 17일 불신임돼 사임한 안드레이 바비스 총리를 다시 내세워 내각을 꾸릴 전망이다.
이번 선거는 최근 갈등이 고조됐던 EU와 동유럽 국가들의 관계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점에서 주목돼 왔다. 특히 자유주의적인 입장인 데다 EU를 지지하는 드라호시 후보가 승리할 경우 극우 일변도였던 동유럽 정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왔었다. 하지만 그 반대 결과가 나오면서 비교적 온건했던 체코마저 극우쪽으로 급속히 기울 전망이다.
다른 동유럽 국가에서도 상황은 좀체 역전될 기미가 없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극우 정당 피데스(Fidesz)를 이끌고 오는 4월 총선에서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다. 피데스는 집권 초기만 해도 우파 민족주의 정당에 가까웠으나 2010년대 들어 파시스트 세력과 선명성 경쟁을 벌이면서 점점 더 극우화됐다. 지난해 오르반 총리는 인접국 슬로바키아와 함께 “난민 할당제는 주권 침해”라며 EU를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제소했다.
폴란드에서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이끄는 집권 법과정의당(PiS)이 노골적인 극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 정권 역시 지난해 EU가 도입한 난민 할당제를 전면 거부하는 등 대놓고 반EU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법관들을 대거 해임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이들을 앉히려는 목적으로 사법개혁안을 통과시켜 EU가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체코 친러 대통령 재선… 동유럽 ‘극우 도미노’
입력 2018-01-28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