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분당으로 옮겨 붙은 집값 상승 열기

입력 2018-01-29 05:00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개관한 ‘과천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견본주택이 방문객들로 가득 차 있다. 연일 계속되는 혹한에도 불구하고 개관 이후 주말 사흘간 2만여명이 견본주택을 다녀갔다. 대우건설 제공
서울 상승률 주춤해진 사이
과천 재건축 상승세 폭발적

분당은 규제 덜한 리모델링
활발하게 진행… 가격 급등

강남 재건축 규제 풍선효과
연한 연장 혼선에 시장 혼란

재건축 연한 연장을 두고 정책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부처 간에 엇박자가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연초부터 오르던 서울 집값 상승률이 다소 주춤해진 사이 과천과 분당 등 1기 신도시로 열기가 옮겨가는 추세다. 특히 재건축에 비해 규제가 덜한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열기가 달아오르고, 관련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또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8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마련된 과천 주공7-1단지 재건축 ‘과천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견본주택에는 혹한에도 불구하고 지난 26일 개관 이후 주말 사흘간 2만여명이 방문했다. 이 단지는 평균 분양가가 3.3㎡당 2955만원으로 과천 지역 신규 분양 아파트 중 최고가다. 전용 59㎡ 기준 8억원 안팎, 전용 84㎡는 10억원대에 달한다.

특히 주공 4, 5, 8, 9, 10단지가 재건축을 앞두면서 시세가 폭발적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 26일 기준 과천시의 아파트 매매가는 3.3㎡당 3452만원으로 경기도 내에서 가장 높다. 강남4구 가운데 하나인 송파구(3097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상승폭도 강남을 웃돈다. 지난주 과천 아파트값 상승률은 2.5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연한 연장 검토와 최고 8억4000만원에 달하는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발표 이후 서울 집값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과천 등 인근 지역이 오히려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폭탄을 맞은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붐도 한창이다. 현재 재건축 추진 가능 연한은 30년이지만 리모델링은 15년만 지나도 가능하다. 절차도 안전진단과 건축심의, 행위 허가 후 착공 등으로 비교적 단순하다. 특히 초과이익환수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인기가 커지고 있다. 이미 동부이촌동 일대 한가람·강촌·한강대우·이촌우성·이촌코오롱 5개 아파트는 최근 통합 리모델링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서울 중구 남산타운 아파트도 오는 3월 리모델링 설명회를 진행키로 했다. 강남 단지도 동참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훼미리아파트는 다음 달 9일 현대산업개발 주관으로 리모델링 설계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1기 신도시인 분당의 경우 리모델링이 이미 활발히 진행되면서 지난주 아파트 가격이 0.78%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강남4구 아파트값 상승률이 0.79%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분당 아파트값이 강남만큼 오른 셈이다. 그만큼 재건축을 피해 리모델링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서로 엇박자를 내는 동안 똑똑한 시장이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강남 재건축 잡기에 몰두하는 동안 지방 재건축 단지, 서울 내 재개발·리모델링 단지, 1기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극심해지고 있다”며 “한쪽면만 보지 말고 유기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