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밀양 참사를 정치 싸움으로 몰고 가는 저급함

입력 2018-01-28 17:57
경남 밀양의 병원 화재 참사 책임을 놓고 벌이는 정치권의 싸움이 꼴불견이다. 지지자를 모을 수 있다면 무슨 말이라도 하는 게 정치라지만 38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를 놓고 지방선거 유불리 계산은 곤란하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나오는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발언은 정치 혐오만 불러올 뿐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밀양 참사 현장을 방문해 “세월호를 이용해 정권을 잡았는데 아무도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는 조종묵 소방청장을 달랜 것을 빗대 “눈물 쇼로 책임을 모면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더 심했다. 그는 “현송월 뒤치다꺼리 한다고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 정치보복에 혈안이 돼 의료복지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슨 논리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쏟아낸 것이다. 현장 수습도 끝나지 않은 곳에서, 장례도 치르지 않은 유족 앞에서 할 말은 더욱 아니었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직전 밀양 행정의 최고 책임자가 누구였느냐”며 네 탓 공방을 냉큼 이어받았다. 이후 여야는 논리도 없고, 최소한의 도덕도 없는 말들을 계속 내뱉고 있다. 민주당은 밀양 참사를 정치쟁점화하지 말라면서도 경남도지사였던 홍 대표는 빨리 사과하라는 논평을 냈다. 한국당은 세월호 노란리본 완장 차고 참사 원인을 한국당에 돌리는 후안무치한 민주당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자중하라고 서로에게 충고한다. 지난 며칠 동안 민주당과 한국당에서 나온 논평은 예외 없이 이렇다.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 여야가 법적·정치적 책임소재를 엄정하게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야 잘못된 행정이 고쳐지고 새로운 법이 만들어진다. 정치권이 쓸데없는 말싸움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법을 보완하고 행정부 감시에 박차를 가했다면 잊을 만하면 다시 터지는 대형 참사는 크게 줄었을 것이다. 일이 터질 때마다 등장하는 ‘묻지마’ 공세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 합리적인 책임공방과 표를 의식한 막말은 초등학생도 구분할 수 있다. 자극적인 말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선거운동이 앞으로 계속 유효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지역주의와 색깔론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절은 끝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