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채용비리 은행 공개하고 합격 취소하라

입력 2018-01-28 17:57
지난해 10월 우리은행 채용비리 사건이 불거진 뒤 시중은행들은 자체 점검 결과 채용비리가 전혀 없다고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그런데 금감원이 11개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22건의 채용비리가 드러났다. ‘셀프 조사’를 하고 스스로 면죄부를 준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강원랜드 등 공공기관 채용비리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는데 은행들은 치부를 숨기고 제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했다. 후안무치다.

은행들의 채용비리 사례를 보면 분노가 치민다. 은행 임원이 자신의 자녀 면접에 직접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다. 이 자녀가 고득점으로 합격한 것은 불문가지다. 계열사 사장이나 현직 지점장, 최고경영진 관련 사무직 직원의 자녀 인성점수가 합격 기준에 미달하자 간이 면접을 통해 정성평가 최고 점수를 줘서 합격시켰다. 채용 인원을 임의로 늘려 정치인 자녀를 최하위로 합격시킨 사례도 있다. 사외이사·임직원·거래처의 자녀·지인 명단을 별도 관리하면서 전형 공고에 없던 ‘글로벌 우대’ 요건을 신설하거나 면접점수를 높게 줘 합격자를 뒤바꾼 사례도 많다. 현대판 음서제와 다를 바 없다.

채용비리는 청년들의 꿈과 기회를 박탈하는 반사회적 범죄다. 청년 취업난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률은 9.9%.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2.7%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다. 은행은 신입사원들의 평균 초임이 4000만원대로 신의 직장이라 불린다. 청년 4명 중 1명꼴로 일자리가 없어 고통을 겪고 있는데 부정청탁이나 인맥으로 무임승차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다. 현 정부가 모토로 내건 공정과 정의에도 반한다. 금감원은 이번에 채용비리가 적발된 은행들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채용비리가 적발된 은행들 명단도 공개해 다시는 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채용비리 합격자는 합격을 취소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