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교육 ‘수업 진도’ 좀 냅시다”… ‘한국 동시대 미술 1998-2009 ’ 펴낸 반이정씨

입력 2018-01-28 18:37 수정 2018-01-31 20:45

미술평론가 반이정(48·사진)씨는 흔한 박사학위 하나 없다. 그럼에도 평론 등 미술 관련 글을 써서 밥벌이를 하는 드문 경우다. 그가 새 책을 냈다. 미술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골간 삼아 쓴 ‘한국 동시대 미술 1998-2009’(미메시스)이다. 2006년 낸 첫 책 ‘새빨간 미술의 고백’(월간미술) 이후 단독 저서로는 네 번째다. 그를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만났다.

“서점 미술책 코너에 가보세요. 여전히 고흐 피카소 얘기뿐이에요. 현대로 와도 뒤샹 워홀 정도입니다. 미국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의 전성기가 1960∼80년대였어요. 미술 서적이 너무 지금 시대와 동떨어져 있어 답답합니다.”

출판사에서 일반인에게 익숙한 ‘현대미술’로 제목을 붙이자 제안했지만 ‘동시대미술’을 고집했다고 한다. “‘동시대미술’은 미술 전공자들끼리 쓰는 용어지요. 일반인에게는 진입장벽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호흡하는 지금 여기의 미술을 다룬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이 제목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책은 98년부터 2009년까지 매해 미술현장에서 벌어진 일을 연대기적으로 기술하는데, 여기에 그해를 요약하는 주제어를 붙였다. 이를테면 ‘1998 동양화 뉴웨이브’ ‘2000 아주 오래된 브랜뉴, 일상’ 이런 식이다. 단순히 자료집을 넘어 미술현장에 대한 저자의 분석이 가미된 해설서다. 사회적 맥락 속에 동시대 미술의 지형도를 그린 셈이다.

“시중 미술책에 2000년대를 다룬 게 한 권도 없어요. 이게 처음입니다. 대형 비엔날레만 5개인 나라에서 말이 되나요? 미술평론가들이 아직도 이중섭 등 귀에 익숙한 작가들의 작가론만 내놓거든요. 그게 팔리니까.”

가뜩이나 빠른 말투가 흥분한 탓인지 더 빨라졌다. 그러면서 “실제 비엔날레에 작품을 출품하는 지금의 작가들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도모하고 싶었다. 그게 미술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책이 현대미술 교육의 ‘수업 진도’를 진척시키는 교과서가 되기를 희망했다.

글=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