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노 멍에실교회 목사
요양병원 뛰어 들어
6층까지 오르내리며 구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김덕노(66·사진) 밀양 멍에실교회 목사는 2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덤덤하게 말했다. 김 목사는 이날 오전 자신이 돌보는 할아버지가 있는 세종병원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뛰어갔다. 김 목사는 “현장은 불길이 치솟고 소방관들이 화마와 싸우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세종병원은 불길이 거세 접근이 힘들었다. 김 목사는 세종병원과 연결돼 있는 세종요양병원에서 구조에 나섰다. 마스크를 쓰고 연기가 가득한 1층 응급실을 가로질러 건물 뒤편의 비상계단으로 이동했다. 그는 병원 의사와 직원들, 일반인 2∼3명 등과 함께 구조 활동을 벌였다. 요양병원에는 거동이 힘든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부는 업고 일부는 둘이서 부축해 병원 건물을 5∼6차례 오르내렸다. 김 목사는 “소방대원들이 환자들을 병실에서 인도해 나오면 데리고 내려왔다”며 “함께 힘을 모아 20여명쯤 구출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는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정신없이 구했다”며 “1층까지 내려온 상태에서 다리가 풀려 얼음 바닥에 미끄러지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목사는 57세가 되던 해인 2009년에 신학대학에 진학한 늦깎이 목사다. 믹서기 등을 제조하는 업체의 사장이던 그는 “40일 새벽기도를 하다 마지막 날 십자가가 반짝 보여 신학대학에 진학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목사가 된 뒤 밀양역 앞에서 노숙자를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구치소 수감자들의 교화에도 힘쓰고 있다.
김 목사뿐 아니라 병원 인근에 있던 시민 50여명도 인명구조에 힘을 보탰다. 밤샘근무를 마치고 오전 7시40분쯤 귀가하던 우영민(25)씨도 이중 한 명이었다.
그는 소방관들이 설치한 사다리차를 타고 내려오거나 슬라이더(미끄럼틀 모양의 구조기구)를 타고 아래로 탈출하는 사람들의 구조를 도왔다. 우씨는 “처음 사람들을 발견했을 때는 두 병원건물 2, 3층과 옥상에서 사람들이 ‘제발 살려달라’고 소리쳤다”며 “내려온 환자들을 업어 장례식장 옆으로 옮기고 핫팩과 담요로 체온을 유지하게 했다”고 전했다.
밀양=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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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1-27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