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큰불 37명 사망
제천 참사 한 달 만에 또 비극
143명 중경상… 희생자 늘 듯
대부분 유독가스 인한 질식사
의사 1명·간호사 1명 등 사망
1층 응급실서 ‘펑’… 누전 추정
진화·대피 매뉴얼 준수 조사
경찰 “방화 가능성은 안보여”
충북 제천의 노블 휘트니스 스파 화재로 대형 인명피해가 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경남 밀양에서도 병원 화재로 18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극이 빚어졌다.
26일 오전 7시32분쯤 경남 밀양시 가곡동의 세종병원 1층 응급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37명이 사망했다. 143명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인근 8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이날 불은 발생 2시간 만인 9시29분 초기 진화됐으나 내장재가 타면서 발생한 연기가 건물 내부로 번지면서 피해가 커졌다. 세종병원에는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화재 진압과 동시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먼저 대피시키기 위해 인력을 우선 투입했다. 화재 당시 병원에는 80여명의 입원환자 등 100여명의 환자가 내부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 상당수는 인근 밀양병원과 제일병원 등으로 이송하던 중 숨지거나 이송 직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가 있어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목격자들은 세종병원 1층 응급실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천장 쪽에서 불길이 번졌다고 밝혔다. 응급실을 지키던 간호사가 원무과에 근무 중인 남자 직원에게 화재발생 사실을 알렸고 남자 직원이 119에 최초로 신고를 했다. 신고 뒤 직원은 소화기 6대를 이용해 진화에 나섰으나 검은 연기는 급속히 2층으로 번졌다.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기누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CCTV를 통해 응급실 좌측 천장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최초 발화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방화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며 “응급실에 설치된 CCTV 2대 중 1대의 상태가 양호해 정밀 감식 중에 있으며 화재원인을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CCTV용 1개와 입원환자 관리용 2개 등 컴퓨터 하드디스크 3개를 확보해 전문가를 통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또 간호사 등이 불이 난 것을 보고 뛰어나왔다는 진술을 확보해 응급실 환자가 있었음에도 의료진이 소화기 사용 매뉴얼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대피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일부 목격자는 화재 당시 연기가 올라오자 2층에 있던 의료진 등 3명이 창문 등으로 뛰어내렸다고 밝혔다. 병원 바로 옆 편의점에 있던 박모(48)씨는 “갑자기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병원 가운을 입은 3명이 2층에서 뛰어내려 신발도 신지 않은 채 편의점으로 들어왔다”며 “그 사람들이 ‘연기가 너무 심해 죽을까 싶어 뛰어내렸다. 안에 있는 환자들을 빨리 구해야 할 텐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세종병원 손경철 이사장과 석경식 병원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정말 죄송하다. 저희 병원에서 많은 분이 희생을 당했다”면서도 “전체 시설이나 소방점검은 법령의 테두리를 지켰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응급실에 있던 소화기는 전부 사용한 상태였으며 화재대피 매뉴얼이 있어 지속적으로 훈련을 했다는 얘기도 했다.
손 이사장은 “세종병원에 스프링클러가 없는 것은 건축면적상 법령에 따라 설치를 해야 하는 건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요양병원은 다음 주 스프링클러 설치작업을 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화재로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 조무사 1명 직원 3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환자 중에 70대 이상 연세가 많은 분들이 많아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6개 부처 30여명으로 구성된 ‘범정부 현장대응 지원단’을 세종병원 화재 수습현장에 파견하고 정부의 행정력을 총동원해 지원하기로 했다. 밀양시는 27일 오전 밀양 문화체육회관에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밀양=이영재 조원일 윤봉학 기자 yj3119@kmib.co.kr
[밀양 화재] 스프링클러도 없는 병원… 火 키웠다
입력 2018-01-26 19:35 수정 2018-01-26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