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상득 前 의원 소환… 제대로 신문도 못하고 끝내
국정원 억대 뒷돈 수수 혐의
24일 소환 통보했으나 연기
일각선 건강상태 부각시켜
구속 피하려는 꼼수 지적도
MB소유 빌딩 압수수색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둘째 형 이상득(83) 전 의원이 26일 뇌물 혐의 피의자로 검찰에 불려 나왔다. 구급차에 실려와 휠체어를 타고 조사실로 들어갔지만, “몸이 아프다”고 호소해 실질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출석 4시간 만에 병원으로 돌아갔다.
이 전 의원은 오전 10시21분쯤 사설 구급차를 타고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귀까지 덮는 회색 모자와 목도리, 장갑 등으로 온몸을 감싼 채였다. 그는 주변의 부축을 받고 얼굴을 찡그리며 잠시 서 있다가 휠체어에 옮겨 앉았다. 4명의 남성이 휠체어를 계단 위까지 들어올렸다. 이 전 의원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퇴 압박 무마 대가로 국정원 돈을 받았나’ ‘다스는 누구 것이라 생각하나’ 등의 취재진 질문에 눈을 질끈 감은 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지난 24일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으나, 이 전 의원은 자택 압수수색에 따른 충격 등을 이유로 이날로 연기를 요청했다. 24일 외부에서 식사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이 전 의원 조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는 “국정원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혐의 전반을 부인한 뒤 검사가 구체적 신문을 진행하려 하면 “몸이 아파 정상적 방어권 행사가 어렵다”며 입을 닫았다고 한다.
검찰은 더 이상의 조사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이 전 의원의 조기 귀가를 결정했다. 그는 오후 2시21분쯤 대기하던 구급차에 다시 올라 귀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조사 여부, 구속영장 청구 등의 문제는 추후 판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마지못해 소환에는 응했지만 조사에 응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본다. 도주 의사가 없음을 내보이되 몸 상태를 부각시켜 우선 구속을 면하자는 전략을 세웠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전 의원은 2011년 국정원으로부터 억대의 뒷돈을 직접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목영만 당시 국정원 기획조정실장과 국정원 예산 담당자 등으로부터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국정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 사건으로 사퇴 요구에 직면한 원 전 원장이 자리보전을 위해 이 전 의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게 검찰이 파악한 범행 구도다. MB정부 시절 이 전 의원은 ‘형을 통하면 일이 잘 풀린다’는 뜻의 ‘만사형통(萬事兄通)’으로 불릴 정도로 실세로 평가됐다.
이 전 의원이 조사실로 들어가기 몇 시간 전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이 전 대통령 소유의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 지하 2층을 압수수색했다. 이 수사팀은 다스의 BBK 투자금 140억원 회수 과정에서 청와대와 외교부의 직권남용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날부터 진행된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던 곳”이라며 “다스 측이 임차한 장소 외에 다른 방에도 다스가 옮겨놓은 자료가 있는 것으로 파악돼 압수수색영장을 추가로 발부받았다”고 말했다.
글=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이상득, 구급차 출두… 신음만 하다 4시간 만에 구급차 귀가
입력 2018-01-26 19:03 수정 2018-01-26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