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들의 관문’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이민자들을 고문·학대하고, 이를 촬영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한 사건이 공개됐다. 노예시장에 이어 고문 범죄까지 횡행하면서 리비아가 ‘난민 지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CNN방송은 25일(현지시간) 리비아 특수부대가 전날 북부 항구도시 시르테에서 인신매매 조직을 추적해 4명을 체포하고, 억류 중이던 수단 난민 8명을 석방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들이 협박용으로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관련 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영상은 다섯 난민이 바닥에 일렬로 엎드려 있는 모습을 비추며 시작한다. 이들의 등에는 누군가에게 맞은 흉터자국이 선명하다. 카메라를 든 남성이 이들에게 “얼굴을 보이라”고 명령하자 일부가 이를 복창하며 돌아눕는다. 동작이 굼뜬 이들에게는 채찍질이 쏟아진다. 구타당한 남성은 시키는 대로 가족 이름을 부르면서 “집을 팔아 돈을 보내라”는 말을 반복한다.
CNN은 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또 다른 영상에도 여기저기 얻어맞은 상처가 비춰지는 수단인들이 등장한다고 전했다. 뜨거운 기름과 불을 등에 떨어뜨려 고문하는 장면, 가면을 쓴 남자가 이들에게 총을 겨누는 모습 등이 여과 없이 찍혀 몸값을 요구하는 데 사용됐다는 것이다.
리비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형법상 가장 강력한 처분을 받아야 마땅한 일”이라며 “다양한 나라에서 온 리비아 내 외국인 거주자들의 안전과 안정적 지위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수단 외무부는 주수단 리비아 부대사를 불러 강력히 항의했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와 북부 항구도시들은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이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통한다. 리비아 당국이 단속을 강화하면서 각국에서 몰려든 난민들은 밀수꾼 등 각종 범죄조직의 표적이 돼 왔다. CNN은 지난해 말 트리폴리 인근의 인간경매시장 9곳에서 각국 난민들이 우리 돈 100만원 남짓에 팔려나가 노예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난민 지옥’ 리비아 이번엔 고문범죄
입력 2018-01-26 18:50 수정 2018-01-26 2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