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 혼자’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자유무역을 지지하지만 공정한 룰은 필요하다”며 “미국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해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폐막식 기조연설에서 “전 세계는 강하고 번영하는 미국을 다시 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취임 1년간의 경제성과를 과시하면서 “미국이 성장하면 세계도 마찬가지로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각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미국은 비즈니스에 열려 있고 다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한 ‘미국 세일즈’도 잊지 않았다. 독일 dpa 통신은 “다보스포럼 기간 각국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를 비난한 것과 달리, 감세 혜택을 누리게 된 유럽의 기업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며 환영했다”고 전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에 최대한의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짧게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CNBC 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은 끔찍했다. 우리가 실질적으로 더 나은 협상을 할 수 있다면 나는 TPP를 다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직후 탈퇴를 선언한 TPP 재가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CNBC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TPP 복귀 검토가 너무 늦은 선택이 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일본과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베트남 등 TPP 당사국들은 미국을 배제한 채 오는 3월 8일 칠레에서 서명하기로 했다. 명칭도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로 바꿨다. 멕시코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칠레 페루 브루나이도 회원국이다. 교도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TPP 재협상을 요구하더라도 나머지 11개국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CNBC와의 인터뷰 때 “나는 강한 달러를 원한다”고 말해 전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의 ‘달러 약세 환영’ 발언을 뒤집었다. 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달러화 가치는 다시 하루 만에 회복세로 돌아섰다. 므누신 장관은 전날 다보스포럼에서 “달러 약세가 미국의 무역에 이득이 될 것”이라며 “이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 정부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돼 달러 약세를 부추겼다.
원·달러 환율은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5.3원 오른 1063.9원에 마감했다. 전날 므누신 장관의 약(弱)달러 발언으로 11.6원이나 급락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강(强)달러 발언으로 다시 반등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우성규 기자 swchun@kmib.co.kr
트럼프 “美 우선주의가 미국 혼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입력 2018-01-26 18:52 수정 2018-01-27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