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의 대규모 ‘2·8 열병식’ 방관할 건가

입력 2018-01-26 18:02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6일 북한이 다음 달 8일로 건군절을 변경하면서 “위협적인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병기를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전날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강릉 공연이 예정된 날이다. 평창에 집중돼야 할 스포트라이트가 평양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평양 미림비행장에서는 병력 1만5000여명과 장비 200여대가 동원돼 열병식 연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역대 최대 규모의 미사일 공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김정은의 의도는 뻔하다. 핵보유국 지위를 공개적으로 보장받겠다는 무력시위다. 어떤 경우에도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어렵게 조성된 평화 분위기를 일거에 깨뜨리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북한을 배려해 한·미 연합훈련까지 연기한 한·미의 뒤통수를 치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는 “우연히 날짜가 겹쳤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북한의 대규모 열병식을 어떻게 하면 멈추게 할지를 얘기해야지 날짜가 우연히 겹쳤으니 괜찮다는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 북한에 제대로 항의 한번 못하는 정부에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남북 채널을 통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열병식을 평창올림픽 이후로 연기해야 정부가 바라는 평화 올림픽도 가능하다. 최소한 열병식 규모를 줄이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