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용표] 작은 관심이 자살 막는다

입력 2018-01-26 17:57

새해 이튿날 경남 지역에서 남성 3명이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 내부에 남아있던 물품을 보니 동반자살로 추정됐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경찰로서 극단적 선택까지 내몰린 그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책임감을 지울 수 없다.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자살은 25명 수준으로 매년 소폭 감소 추세이나, 교통사고 사망자의 2.5배나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2명보다 2배 이상 높고, 14년째 1위다. 경남 지역에서만 하루 2∼3명 자살이 발생하고 있고, 전국으로 확대하면 50분에 한 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모든 자살이 예방될 수는 없지만 대다수는 예방 가능하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자살자 10명 중 9명은 주위에 이상 신호를 보냈지만 유족의 80% 이상이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죽음에 대한 언급, 사후 세계를 동경하는 표현, 주변 정리 등 그들이 보낸 마지막 몸부림을 주변에서 무심코 넘겼다는 것이다. 자살고위험군 위험 징후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 “내가 없는 편이 더 나을 거야” “내가 죽어도 신경이나 쓰겠어”와 같은 언어적 단서, 중요한 관계의 상실, 말기 질환,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과 같은 상황적 단서, 이전 자살 시도력, 자살도구 수집, 유서, 개인 물품 양도와 같은 행동적 단서로 나타난다. 공통점은 평소에 하지 않던 말과 행동이다. 하나의 단서로는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으나, 몇 가지 징후를 통해 자살고위험군 대상자를 파악할 수 있다.

자살위험 징후를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왜 그런지 물어봐야 한다. 상대방이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존중의 의미를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도움의 의지를 나타내며 수용과 존중의 비언어적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이때, 잦은 질문으로 내용을 끊어서는 안 되며 베푸는 듯한 느낌이나 충격을 받았다는 느낌을 줘서도 안 된다. 반드시 전문기관의 상담과 치료로 이어져야 한다.

경남 경찰은 자살예방을 중점 과제로 두고 있다. 온라인 모니터링으로 자살유해정보를 차단하고, 자살방조 사이트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생명의 전화’ 등 사회복지법인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지자체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나아가 자살 관련 통계를 국가 데이터로 관리하고 업무 매뉴얼 제정 및 전문기관 연계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 근거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자살 기도자 구조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자살 신고 접수 시에는 가용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자살 기도자 소재를 파악하고 신병안전을 확보하고 있다. 구조의 골든타임은 자살 기도자와 연락이 끊긴 후 2∼3시간이다. 빠른 수색이 관건이다. 경남 경찰은 올해 7명의 자살 기도자를 구조했다. 주변의 관심 있는 신고와 초를 다투는 수색이 생명의 골든타임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자살의 위기 속에서 주변에 경고를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김춘수의 시 ‘꽃’의 한 시구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먼저 다가가는 작은 관심으로 소중한 생명에게 자살이 아닌 ‘살자’는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이용표 경남지방경찰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