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문제 공조 의문” 文 대통령, 각 부처 질책

입력 2018-01-26 05:05
文 대통령, 청년일자리회의 주재
가시적 정책 성과 공언했지만
부처 보신·이기주의에 막혀
속도 못 내는 상황 개선 구


문재인(얼굴) 대통령이 연일 정부 부처의 수동적 태도, 부처 간 이기주의를 질책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올해 국정 목표를 '내 삶이 바뀌는 나라'로 정하고 가시적인 정책적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논란, 가상화폐를 둘러싼 정책 혼선, 개선되지 않는 일자리 상황 등 정책적 여건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점검회의에서 "청년실업 문제가 국가 재난 수준이라고 할 만큼 매우 시급한 상황임을 여러 번 강조해 왔다"며 "그런데 정부 각 부처에 그런 의지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각 부처가 그 의지를 공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정부부처 관계자들을 질책했다. 청년일자리점검회의는 지난해 말 문 대통령의 지시로 올해 처음 출범한 범부처 협의체다.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 관련 8개 부처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총출동했다. 내각을 앞에 두고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은 정부 출범 8개월이 넘도록 일자리 정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취임선서 직후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첫 번째 업무지시로 내렸다. 이어 2주 후인 24일 여민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직접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통계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2017년 12월 및 연간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 실업률은 9.9%를 기록, 200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각 부처에 여전히 '일자리는 민간이 만드는 것이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부처가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각 부처가 가진 고정관념이 청년 일자리 대책을 더 과감하게 구상하고, 추진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게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외국도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사례가 많이 있다"며 유럽연합(EU)의 청년보장제도, 일본·독일의 청년고용지원금제도, 영국의 청년뉴딜정책 등 청년 지원 프로그램을 열거했다. 일자리를 시장에만 맡겨선 안 되고 취업지원 프로그램 마련 및 공공일자리 확대를 통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문제는 단시일 내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음 달 마련될 각 부처 일자리 계획에 회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공개 경고는 지난해 말부터 계속돼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도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를 둘러싼 정부의 엇박자와 관련해 "부처 간 협의와 입장 조율에 들어가기 전 각 부처의 입장이 먼저 공개돼 정부부처 간 엇박자나 혼선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말 열린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는 "무턱대고 안 된다고만 할 게 아니라 안 되면 어디까지 안 되는 건지, 어디까지는 가능한 건지 얘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글=강준구 기자, 세종=정현수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