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기 충전재 교체작업 중
질소가스 누출로 참변 당해
2013년에도 똑같은 사고
포스코 “수습에 최선 다할 것”
부실 안전관리 다시 도마에
경찰, 안전관리 문제점 조사
늘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대기업 외주업체 근로자 4명이 또 희생됐다. 이번 안전사고는 국내 굴지의 제철소인 경북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했다. 제철소 내 냉각탑 내장재 교체작업을 하던 외주업체 근로자 4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모두 숨졌다.
25일 포항제철소와 경북소방본부·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25분쯤 포항시 남구 동촌동 포스코 내 파이넥스 냉각탑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이상정(60)씨 등 4명이 질소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누출된 질소가스는 유독가스의 한 종류다. 이들은 발견 즉시 심폐소생술을 거쳐 세명기독병원과 선린병원, 포항성모병원 등으로 각각 옮겨져 치료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숨진 근로자들은 포항제철소 내에서 일하는 외주업체(설비정비)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2014년 만들어진 산소공장 내 냉각탑에서 이날 오전 9시부터 냉각기 충전재 교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후 오후 3시부터 30분 동안 휴식을 취한 뒤 작업을 재개하던 중 냉각탑 안에 남아 있던 질소가스가 누출돼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철을 녹이는 용광로 온도를 높이기 위해선 산소가 필요하다. 이 산소를 만드는 산소공장 냉각탑에 충전재를 교체하다 변을 당한 것이다. 냉각탑은 5층 규모 25m 높이로 크레인을 이용해야만 출입할 수 있다. 사고 당시 이들은 모두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사고를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는 이날 오후 9시를 넘어서야 ‘사과문’을 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산소공장의 정비과정에서 외주사 직원분들의 고귀한 목숨이 희생되신 데 대해 참담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직원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에게도 심심한 애도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사고대책반을 설치해 신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이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며 “관계기관의 조사에도 성실히 임해 사고원인을 밝히는 데 적극 협조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안전규정을 준수했는지, 사고 후 조치가 적절히 취해졌는지에 대해 제철소 관계자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숨진 근로자 4명은 모두 외주업체 소속이어서 부실한 안전관리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포스코에서는 지난 2013년 12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3공장 인근 플랜트 산소 설비 공장에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2명이 질소가스에 질식해 숨진 바 있다. 지난달 14일 서울지하철 1호선 온수역에서 외주업체 근로자가 열차에 치여 숨졌고, 지난해 8월엔 경남 창원 STX조선해양에서 건조 중이던 선박 탱크가 폭발해 역시 외주업체 근로자 4명이 사망했다.
◇사망자=이준호(47) 안현호(31) 주동욱(26) 이상정(60)
임성수 기자, 포항=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또 외주업체 근로자 ‘안타까운 희생’… 포스코 포항제철소 질소가스 누출로 4명 사망
입력 2018-01-25 21:53 수정 2018-01-25 2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