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한국당, 대책단 구성·법적 대응 적극 검토
민주당엔 매일 제보 쏟아져
‘포털 조작’ 가능성 제기하는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 채비
선관위도 내달 TF 가동
“규제는 표현의 자유와 상충
사업자들 자정 노력이 우선”
지난해 말 유튜브에는 ‘SNS 속보’라는 제목의 2분30초짜리 동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은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헌법 개정 초안’을 언급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삭제하고 공산 인민민주주의 등재, 토지소유권 박탈, 각 동에 인민소위원회 창설’ 등을 자막으로 언급했다.
영상을 볼 수 있는 인터넷 주소는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고, 민주당은 지난 5일 영상을 올린 사람을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외에도 ‘경찰이 태극기 집회 후원자 2만명의 계좌를 검열했다’는 등의 주장들도 SNS를 타고 나돌고 있다.
정치권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가짜뉴스대책단을 꾸려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신고센터에는 하루에도 수백건씩 가짜뉴스가 제보된다고 한다. 자유한국당은 유명 포털의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가짜뉴스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당에 비판적인 사용자들이 조직적으로 악성 댓글을 달거나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한다는 의심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다음달 13일부터 가짜뉴스 및 비방·흑색선전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 여야와 중앙선관위까지 한목소리로 가짜뉴스 대응에 나섰지만 현실적인 대응은 쉽지 않다. 가짜뉴스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이를 규제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는 좁은 의미로는 ‘뉴스의 형태로 전달되는 허위 사실’을 뜻한다. 허위 사실을 배포하면서 기존 뉴스 형식을 이용해 신뢰성을 높인 것이다. 일종의 ‘속임수 뉴스’다. 굳이 뉴스 형식을 갖추지 않더라도 댓글이나 SNS로 유포된 허위 사실도 가짜뉴스로 불린다. 정치인들은 자신을 향해 제기된 의혹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부르며 반박하는 경우도 많다. 가짜뉴스의 정의가 혼용되자 중앙선관위는 내부적으로 가짜뉴스의 개념을 ‘형식에 관계없이 당락을 목적으로 하는 비방·허위사실 공표’로 정리했다.
한국당은 포털사이트의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나 한국당에 비판적인 사용자들이 조직적으로 악성 댓글을 달거나 자신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실시간 검색어 조작을 한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당 홍보본부장인 박성중 의원은 공직선거를 앞두고 특정인을 당선, 낙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포털에서 검색어를 입력하거나 댓글을 달도록 지시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 처벌과 관련해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섣불리 입법할 경우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언론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25일 “가짜뉴스의 범주가 너무 넓어 정의하기 어렵다”며 “가짜뉴스 자체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크고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를 규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짜뉴스 자체를 금지한다거나 발본색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민호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정부가 포털을 규제한다면 사용자들이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고 모두가 만족하는 기준을 만들기도 어렵다”며 “법으로 규제하기보다 사업자들의 자정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가짜뉴스 생산·유포자 처벌 강화 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던 김영호 민주당 의원도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표현의 자유와 상충할 우려가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SNS상의 여론을 조작하고 왜곡하는 행태를 막는 것이 입법 목적이지만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상충할 소지가 있어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판 이종선 신재희 기자 pan@kmib.co.kr
6월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권 ‘가짜뉴스와 전쟁’ 돌입
입력 2018-01-2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