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임재를 깨닫도록 도와주는 공간입니다. 이 때문에 교회 건축은 일종의 ‘영적 예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정시춘 정주건축연구소장)
25일 서울 성동구 성락성결교회에서 열린 3차 ‘교회 갱신을 위한 예배 콜로키움’에서 교회 건축과 디자인이 기독교 영성에 미치는 영향이 논의됐다.
‘예배 공간 디자인의 새로운 방향: 예배신학과 건축학의 만남’을 강의한 정시춘 소장은 ‘예배 배경’으로서의 교회 건축을 강조했다. 정 소장은 “예배공간은 영적이고 공동체적 성격을 지닌 곳으로 사치스런 장식이나 요란한 현수막, 값비싼 음향·영상설비는 맞지 않는다”며 “덧셈이 아닌 ‘뺄셈의 미학’에 근거해 단순성과 통일성이 강조되는 건축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소장은 “한국교회 예배당에는 조잡한 디자인의 가구와 각종 설비가 무질서하게 배치돼 매우 혼잡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는 예배자의 집중을 방해하므로 꼭 필요한 것은 통일성 있게 배치하거나 가려두되 예배에 필요 없는 시설은 제거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논찬에 참석한 이석민 연성대 시각디자인과 겸임교수는 “현대 한국교회엔 거룩함과 신성함 대신 성도의 편리함만 강조된 화려한 디자인만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참고할 만한 교회 건축물로 르코르뷔지에의 ‘라 투레트 수도원’과 안도 다다오의 ‘물의 교회’ ‘바람의 교회’ ‘빛의 교회’ 시리즈를 꼽았다.
이정구 성공회대 총장은 ‘미래시대의 교회 건축’이란 제목의 강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회 건축 방향을 예측했다. 이 총장은 “앞으로는 다과나눔 예배, 영성침묵 예배 등 여러 방식의 예배를 진행하기 위해 교회에 공간을 여럿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성원 교회공간연구소장은 한국교회 건축 추세를 설명하며 향후 방향을 예측했다. 이 소장은 “최근 카페와 작은 도서관, 지역사회와 연계한 각종 문화 프로그램 공간을 교회에 만드는 게 유행”이라며 “앞으로는 외국 교회처럼 수영장 등 스포츠 시설이나 납골당이 들어서서 인생의 모든 과정이 교회 공간에서 이뤄지는 일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교회 건축은 주의 임재 깨닫게 돕는 영적 예술”
입력 2018-01-26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