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진(63·사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지방정치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정치를 오래했고 재선 구청장이지만 중앙정치에 기웃거리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지난 22일 인터뷰에서 그는 “국회의원이 상급이고 구청장이 하급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면서 “구청장으로서 해온 일만 가지고도 어느 국회의원보다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문 구청장은 “지방자치단체가 만들어낸 좋은 모델이 우리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된다”면서 ‘동 복지허브화’ 사업을 예로 들었다. 서대문구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센터링크’를 모델로 2012년부터 동주민센터를 개편하는 동 복지허브화 사업을 시작했다. 정부가 이 사업을 받아들여 전국으로 확산시켰고,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사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공중화장실 얘기도 보탰다. “전국 어디를 가도 공중화장실이 다 좋다. 세계에서 공중화장실을 가장 잘 해놓은 곳이 한국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냐? 1996년 심재덕 당시 수원시장이 시작한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 사업 때문이다. 그 성과가 국내외의 주목을 받으면서 전국으로 퍼져나가 우리가 세계 최고의 공중화장실을 갖게 된 것이다.”
그는 “전국 226개 지방정부에서 한 개씩만 좋은 모델을 만들면 우리사회가 확 변한다”면서 “지방정부가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방에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지방분권 개헌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구청장은 올해 또 하나의 새로운 모델에 도전한다. ‘협동조합형 대형마트’가 그것이다. 그는 재개발과 대형마트에 밀려 쇠락하는 남가좌동 모래내시장에 협동조합형 대형마트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있다. 모래내시장에 들어서는 주상복합건물의 지하공간 전체를 구 비용으로 확보해 소비협동조합, 유통협동조합, 물류협동조합, 배송협동조합 등으로 운영되는 대형마트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 구청장은 “2011년에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을 가보고 서대문구를 협동조합도시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키워왔다”면서 “대기업 마트보다 더 크고 좋은 협동조합 대형마트를 만들어 밀려나는 재래시장 상인들을 흡수하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수익은 주민에게 돌아가는 경제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신년 초대석]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지자체가 만든 좋은 모델 우리 사회 바꾸는 힘이 돼”
입력 2018-01-25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