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반석학교, 신앙으로 남북 장벽 깨는 문화대사로 자란다

입력 2018-01-26 00:00
탈북민 학생들이 23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반석학교에서 이상숙 교감(화이트보드 앞)과 함께 수학 수업을 하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저희가 배운 지식이 하나님 나라와 이웃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축복해 주세요.”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석학교(교장 길이진)에서는 탈북민 출신 학생 30여명이 기도와 함께 수업을 시작했다.

기도를 마치자 학생들은 “아침에 머리 안 감고 왔다”거나 “수련회 또 가고 싶다”며 이상숙 교감에게 개인 일상사를 스스럼없이 털어놨다. 학생들은 매일 오전 9시 예배와 큐티를 함께하며 고민을 나눈다.

잠언을 읽으며 마음속 근심을 잊는다는 김모(25)양은 교회 나들이에서 이 교감을 만나 반석학교를 찾은 경우다. 중학생 때 부모를 여의고 2011년 공부가 하고 싶어 양강도에서 홀로 압록강을 건너 탈북했다. 김양은 “가족 없이 홀로 사는 나에게 선생님과 선배들이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필리핀 선교사 출신 김은경(37·여) 교사의 영어 수업이 이어졌다. “10분만 쉬었다 다시 오라”는 김 교사의 제안에도 교실에 남아 배운 것을 소리 내어 복습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학업 수준은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의는 높았다.

간호사가 꿈인 임모(20)양은 “2015년 한국에 와 모든 것이 낯설지만 선생님들이 고민을 잘 들어준다”며 “예배와 큐티가 재미있다”고 말했다. 유아교육과 진학이 꿈인 장모(25)양은 “예배로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며 “큐티 시간이 제일 기다려진다”고 했다.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가 설립한 탈북민 대안학교인 이곳은 2006년부터 신앙을 바탕으로 탈북민 학생들을 키우고 있다. 반석학교는 교회를 찾아온 한 탈북민 청년으로부터 시작됐다. 대학에 가고 싶어 하던 그에게 일대일 교습이 시작됐고 자원봉사자와 탈북민 학생들이 하나둘 생겨나며 자연스레 학교 형태를 갖추게 됐다. 졸업생은 어느덧 90명에 달한다. 올해부터는 졸업생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동문회 장학금도 지급한다.

학생들처럼 탈북민 출신인 길 교장은 “학교와 교회 공동체 속에서 사랑과 소통으로 학생을 길러낸다”며 “탈북민 학생들을 남북 간 문화장벽을 깨는 대사로, 통일시대 주님의 제자들로 잘 키워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