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3%대 회복
설비투자 15% 껑충
4분기는 마이너스 0.2%
기저효과·조업일 감소탓
지난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3.1%를 기록했다. 2014년(3.3%) 이후 처음으로 3%대를 넘어선 것이다. 올해도 대외 교역여건 호조에 힘입어 투자 및 민간소비가 개선되면 이변이 없는 한 3%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단 최저임금 상승이 고용 급감으로 변질되지 않고 소득 개선이란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이야기다.
한국은행은 25일 2017년 성장률을 의미하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한국경제는 2010년대 들어 성장률 2%대에 머물며 구조적 장기침체 모습을 보였다. 3% 성장률은 이를 탈피한다는 의미가 있다. 가용 자원을 낭비 없이 투입해 얻을 수 있는 잠재성장률이 2%대 후반대로 떨어진 점을 감안한다면 지난해 기대 이상의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설비투자가 14.6%나 증가해 2010년(22.0%) 이후 7년 만에 최고치였다. 건설투자도 7.5% 증가했고, 무엇보다 민간소비(2.6%)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 급증에서 불어온 온기가 견실한 성장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물론 낙관만 할 수는 없다. 이날 새로 발표된 지난해 4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 2008년 4분기 -3.3% 성장 이후 분기별 기록으로는 9년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 친 실적이다. 시장 예상치 0.1∼0.2%에도 미달했다.
한은 관계자는 “기저효과와 조업일수 감소 탓”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이 1.5%를 기록해 ‘GDP 서프라이즈’로 불릴 정도로 좋았던 흐름을 기준삼아 수치를 계산하니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는 의미다. 또 지난해 10월 사상 최장 추석 연휴로 생산이 일부 줄어든 여파도 있다. 건설투자도 부진했다. 4분기 건설투자 증가율은 전기 대비 -3.8%로 2014년 4분기(-4.9%)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부동산 경기 정체와 맞물려 올해 상반기 내내 부진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글로벌 경기 호조세가 계속되고 있고, 국내 민간소비 역시 나아지는 흐름을 타고 있다. 건설 경기 역시 침체가 지속될 경우 정부의 규제 카드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문재인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등으로 정부지출이 늘며 3%대 성장이 무난할 것이란 예측이 다수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위원은 “임금 상승이 소득 개선으로 선순환이 일어나면서 소비가 되살아나느냐가 핵심 포인트”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반도체·설비투자의 힘… 작년 성장률 3.1%
입력 2018-01-25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