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패럴림픽 대표, 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서 훈련 개시식
남녀 혼성으로 구성된 대표팀
지난 18일 핀란드 대회서 은메달
소음 틀어 놓고 실제 경기 같은
강도 높은 훈련으로 메달 정조준
도종환 장관 “北 2명 참가할 듯”
“선수 여러분이 경기를 풀어나갈 해답을 이미 다 알고 있어요. 서로 격려하면서 함께 갑시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나설 휠체어컬링팀을 이끄는 백종철(42) 감독이 훈련을 시작하기 앞서 선수들에게 건넨 말이었다. 백 감독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들이었지만 딴청부리는 기색 없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스킵 서순석(47)과 리드 방민자(56·여), 세컨드 이동하(45), 차재관(46), 서드 정승원(60)으로 구성된 휠체어컬링팀은 경기도 이천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컬링장에서 밀도 높은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42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패럴림픽 메달을 정조준 했다.
컬링장 안 빙판으로 가는 길엔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도록 경사로가 설치돼 있었다. 세컨드 차재관이 휠체어를 밀고 빙판으로 들어가 딜리버리 스틱을 집어 들었다. 손으로 스톤을 던지는 비장애인 컬링과 달리, 휠체어에 탄 선수들은 낚싯대처럼 긴 딜리버리 스틱을 활용했다. 손의 감각이 아닌 스틱에 의존했지만 스톤은 정확하게 하우스(표적판)로 들어가 티(중앙)에 접근했다.
차재관은 스톤이 정확하게 들어갔음에도 그 순간의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스틱을 미는 자세를 취했다. 이어 다시 한 번 스틱으로 스톤을 힘차게 밀었다. 이번 스톤도 티에 근접했다.
휠체어컬링엔 브룸(브러시)을 움직이며 빙판을 문지르는 장면은 없다. 그만큼 스틱을 이용해 스톤을 던지는 투구자의 감각이 더욱 중요하다. 한 선수가 투구할 때 휠체어가 흔들리지 않도록 팀 동료가 뒤에서 휠체어를 잡아준다. 또 각 팀은 반드시 남녀 혼성으로 구성돼야 한다.
백 감독이 이끄는 휠체어컬링팀은 지난 18일 핀란드에서 열린 2018 키사칼리오 오픈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평창 동계패럴림픽 메달 전망을 밝게 했다.
백 감독은 “평창패럴림픽에 총 12개 팀이 참가하는데 4강에 오르는 게 1차 목표다”라며 “이후엔 체력훈련을 꾸준히 해온 우리 팀이 집중력을 발휘, 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본다”고 포부를 밝혔다. 12개 팀이 풀리그로 맞대결 한 후 성적이 높은 4개팀이 메달을 놓고 승부를 겨룬다. 이어 그는 “가장 경계하는 대상은 스웨덴과 중국 정도”라며 “패럴림픽 개막전 두 국가와의 친선 경기를 추진, 전력도 분석하고 실전 감각도 끌어올릴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휠체어컬링팀 선수들은 실제 경기장과 유사한 분위기에서 훈련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훈련장의 빙질도 실제 패럴림픽을 치르는 강릉 컬링센터와 유사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실제 경기장의 모습으로 만든 현수막을 좌우에 걸었고, 소음도 틀어 놓고 훈련을 했다. 훈련은 실전을 방불케 했다.
스킵으로서 팀의 주장 역할을 맡고 있는 서순석은 “국내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나서게 돼 행운으로 생각한다”며 “선수 모두 감독의 지도를 믿고 열심히 하면서 샷의 정확도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이날 이천훈련원 삼성관에서 2018년도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 등이 참석했다. 도 장관은 격려사에서 자신의 시 ‘폐허 이후’를 인용,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여러분들이 자랑스럽고 나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행사를 마친 후 취재진에게 도 장관은 “3월 9일부터 시작하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의 감동적 장면이 국민에게 힘을 주고, 패럴림픽과 장애인 선수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도 장관은 북한의 평창 동계패럴림픽 참가와 관련, “독일에서 지난 21일 열린 국제 파라 노르딕스키 월드컵 장애인 크로스컨트리에 참가한 북한 선수 2명(마유철·김정현) 정도는 평창패럴림픽에 참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동 입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이 오간 것은 없지만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장애인 노르딕스키 선수인 마유철과 김정현은 패럴림픽 출전권은 확보 못했지만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부여하는 특별출전권(와일드카드)을 통해 평창패럴림픽에 올 가능성이 높다.
이천=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휠체어컬링 “우리도 빅4 가즈아∼”
입력 2018-01-25 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