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마련 요구하자 회피… "피해자 코스프레" 막말
피해자, 외상후 스트레스로
병원 정신과 입원치료 받아
단톡방에 서운함 호소하다
동아리 회원들과 다툼도
학내 기관에 2차 피해 신고
동아리선 제명·방출 시도
중앙대 소속 한 운동 동아리에서 최근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경찰은 가해자 조사를 마치고 준강간 혐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지만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피해자는 성폭행 사건에 대한 동아리 차원의 대응을 요구했지만 외면당했다. 일부 동아리원은 되레 피해자 제명까지 주장했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15일 동아리 회원과의 운동모임 후 술자리가 발단이 됐다. 피해자 A씨는 자신의 자취방에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아리원 2명과 술을 마셨다. 술자리가 자정 너머까지 이어지자 가해자 B씨는 다른 동아리원에게 "A씨가 취했으니 이제 집에 가자"며 함께 자취방을 나섰다. 그러나 B씨는 이후 A씨의 집에 다시 들어가 잠들어있는 그를 성폭행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난해 11월 가해자 B씨를 조사해 자백을 받았다. 경찰은 B씨를 준강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현재 사건은 가해자 B씨의 거주지인 인천지검으로 이송된 상태다.
A씨는 그러나 사건 후 동아리의 부당한 대응으로 2차 피해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성폭행이 동아리 활동의 연장선에서 일어났다"며 동아리 간부에게 동아리 차원의 논의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간부들은 처음에는 A씨 의견에 동조했지만 이후 "아무래도 걱정된다" "일이 커질 것 같다"는 이유로 공론화를 주저했다고 한다. A씨는 지속적으로 공론화를 요구했지만 동아리측은 "너를 위해서"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던 A씨는 결국 정신과 입원치료까지 받았다.
이후 A씨와 동아리원들 사이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A씨는 가까웠던 동아리원들이 자신의 병문안을 오지 않자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서운함을 토로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회원에게 욕설과 폭언을 했다. 당시 동아리의 한 간부는 그에게 "심한 말을 하지 마라. 환자라고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생각하지 마라"고 질책했다.
동아리 측의 책임 회피는 계속됐다. 동아리 간부들과 동아리 출신 졸업생들은 지난 8일 A씨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을 열었다. 그러나 이들은 성폭행 문제에 대해 내부 공론화하기보다는 동아리 잠정 중단을 택했다. 일부는 A씨의 폭언을 문제 삼아 제명을 주장하기도 했다. 대화방에서는 "또라이 하나 때문에 왜 동아리 전체가 피해를 입어야 하나" "피해자 코스프레" "명목을 만들어 A를 방출하면 되는 거 아니냐" 등의 막말도 오갔다.
A씨는 지난 17일 자신의 상황을 학내 인권센터와 성평등위원회에 신고했다. 동아리 간부들의 2차 가해에 대한 사과문을 게시, 동아리 간부의 접근금지도 요청했다. 동아리 간부 측은 "성폭행이 일부 동아리원의 외부 활동 중 벌어진 일이라 내부 문제가 아니고 피해사실이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공론화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단독] 조직 내 성폭행 피해자를 외면… 아픈 상처 덧낸 대학 동아리
입력 2018-01-25 19:34 수정 2018-01-26 1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