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론의 장 위협하는 극성 댓글부대

입력 2018-01-25 18:49
지난 24일 네이버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벌어진 ‘실시간 검색어(실검) 전쟁’은 극성 댓글부대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네이버에서는 이날 새벽 1시19분 평창 동계올림픽의 긍정적 의미를 부각시키는 ‘평화올림픽’이란 단어가 실검 1위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조직적으로 순위를 끌어올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지자들은 전날부터 각종 웹사이트와 카페 등을 통해 평화올림픽 검색을 독려하는 글을 올렸다.

평화올림픽이 실검 상위권에 오른 후 ‘평양올림픽’도 순위에 등장했고 오전 3시24분엔 1위까지 상승했다. 평양올림픽은 정부가 평창올림픽과 관련 북한에 지나치게 끌려 다니고 있다며 자유한국당과 보수층이 사용하는 용어다. 이 단어가 실검 1위에 오른 것은 문 대통령 반대자들이 조직적으로 맞대응한 결과로 보인다. 이후 이날 오전 포털사이트 실검 순위에서는 ‘평화올림픽’과 ‘평양올림픽’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상위권을 맴돌았다. 양측은 이 과정에서 “화력이 부족하다” “2위로 밀렸다”는 등의 글을 수시로 올리며 지지자들에게 실검 순위 상승을 독려했다.

이번 일은 특정 집단이 인터넷 검색이나 댓글 등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여론을 왜곡하고 있음을 확인해 준 것이어서 씁쓸하고 우려스럽다. 지지자들은 정당한 의사표현 활동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여론 조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형을 만들기 위해 조직적인 방식으로 특정 의견을 과대 포장하는 것은 건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 행위다. 극성 댓글부대는 정치적 이슈가 불거지거나 관련 기사가 뜨면 한꺼번에 몰려가 융탄폭격을 퍼붓는다. 익명성에 뒤에 숨어 인신공격과 욕설, 허위 주장, 무조건적인 매도를 서슴지 않는다. 댓글을 보는 게 두렵고 짜증난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인터넷은 다양한 정보와 의견이 오가는 공론의 장이 돼야 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자기주장에 취해 원색적인 인신공격으로 일관하는 댓글은 적개심을 부추기고 공동체를 분열시킬 뿐이다. 극성 댓글활동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의도와는 달리 네티즌들의 반감을 부르는 역효과만 낳는다는 사실을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