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군포시 금산로의 갈릴리교회(최원경 목사)는 구도심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교회 건물 2층엔 작은 도서관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 3층엔 ‘갈릴리지역아동센터’가 눈에 띄었다. 다소 낡은 건물 외관과 달리 정갈하고 아늑한 느낌이었다. 독특한 건 지하 1층에 예배당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 22일 교회에서 만난 최원경(50) 목사는 “교회 개척 당시 지하에서 시작했고 겨울엔 따뜻한 데다 여름엔 시원해서 옮길 계획은 따로 없다”며 “지인 몇 분이 ‘예배당이 지하에 있으면 사람이 안 온다’고 염려했는데 그래도 꾸준히 성장했다”며 웃었다. 이곳은 주중에는 지역아동센터 공연장이나 악기 연주실로 쓰인다.
최 목사는 교회를 ‘우리 동네 작은 복지관’이라고 부른다. 그는 “성도는 50∼60명 정도로 큰 교회는 아니지만 지역사회 전체를 목회 대상으로 삼고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지역의 필요를 채우는 교회
최 목사는 2000년 교회 개척을 위해 아무런 연고 없는 이곳에 첫발을 디뎠다. 찬양사역자였던 그는 연극과 강연을 선보이는 ‘화요문화쉼터’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영어와 미술을 가르치는 ‘토요무료교실’을 기획해 교회를 지역사회에 개방했다.
하지만 화요문화쉼터에 대한 주민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인근이 공장지대인 데다 다문화가정 등 저소득층이 적지 않아 문화예술 수요가 거의 없었다. 반면 ‘토요무료교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대전의 한 대학 유아교육학 강사였던 최 목사의 아내가 영어를 가르쳤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이웃 동네 주민들까지 교회를 찾았다.
이때 자녀를 맡긴 몇몇 학부모가 최 목사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열어주세요.” 교회는 내부 회의를 거친 뒤 같은 건물 3층을 빌려 2005년 ‘갈릴리지역아동센터’를 세웠다.
저소득층 어린이를 돌보자는 목표로 전 성도 30여명이 뜻을 모았지만 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았다. 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최 목사는 지속적으로 기업과 공공기관의 문을 두드렸다. 이때 받은 정부 지원금으로 2010년부터 3년간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박재동 화백, 윤호섭 국민대 명예교수 등 명사를 초청해 인문학을 가르치는 ‘한국판 클레멘트 코스’도 운영할 수 있었다. 지난 95년 미국 뉴욕 빈민에게 인문학 강의를 제공한 작가 얼 쇼리스의 ‘클레멘트 코스’에 착안한 프로그램이다.
지역 사회 사랑방이 되다
갈릴리지역아동센터는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하지만 최 목사의 고민은 끊이지 않았다. 학기 중에는 잘 지내던 어린이들도 방학 때 폭력, 알코올 중독 등의 문제가 있는 가족들에게 돌아가면 신체·정서적으로 망가져 돌아왔기 때문이다. 또 초등학교를 졸업해 어쩔 수 없이 지역아동센터를 떠나야 하는 결손가정 청소년도 문제였다.
결국 교회는 2013년 노래방이던 건물 2층을 빌려 청소년 및 성인 교육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으로 개조했다. 최 목사는 이곳 테마를 인문학 도서관으로 정하고 성인 인문학 아카데미, 독서·뜨개질 동아리, 평생학습 강좌를 정기적으로 개최했다. 현재 인문학 강의와 독서 모임으로 도서관을 드나드는 인원은 평일에 100명이 넘는다.
지역아동센터를 포함해 265㎡(약 80평) 규모로 개장한 도서관은 장서가 1만2000권에 달한다. 군포시 도서관 18곳과 연계돼 도서관 자료를 검색 및 대출, 반납할 수 있는 상호대차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실시하는 작은 도서관 평가에서도 대부분 최고 등급을 받았다.
작은 도서관이 모양새를 갖출 수 있었던 건 최 목사가 군포시에서 사회복지 활동을 경험한 것도 한몫했다. 그는 2010년 사회복지협의체 실무위원장으로 활동했고 2013년 작은도서관협의회를 발족해 지금까지 회장을 맡고 있다.
‘마을운동의 핵’이 되는 그날까지
최 목사의 꿈은 교회 부흥도, 도서관 등 교회 관련 기관의 확장도 아니다. 교회가 ‘마을운동의 핵’이 되는 것이다. 최 목사는 “기관을 몇 개씩 운영하는 우리 교회는 큰 교회에서 편하게 예배드리길 원하는 교인에겐 매력이 없다”며 “늘 적자지만 성도의 희생으로 지역사회에서 큰일을 담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재생이 필요한 이 지역에 교회가 작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지역주민과 사회복지를 논하는 공동체가 되고자 한다”며 “교인끼리 행복한 교회가 아닌 교회가 손해보고 고단해도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교회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군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군포 갈릴리교회 “우리 교회는 동네 작은 복지관”
입력 2018-01-26 00:01 수정 2018-02-05 0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