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 옥시레킷벤키저의 신현우 전 대표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1000명이 넘는 인명피해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사법처리는 7년 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통과된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특별조사위원회가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도 책임자 처벌의 범위와 강도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결코 아니다. 옥시레킷벤키저를 비롯한 몇몇 기업은 처벌을 받고 손해배상에 나섰지만 다른 많은 제조·판매사가 허술한 법망을 빠져나간 뒤 아직도 수수방관하고 있다. 피해 구제도 충분치 않다. 피해 인정 범위가 너무 좁은데다 시간을 끌고 있다. 책임지지 않는 것은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책임을 인정하며 공식 사과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부 기업의 허위 광고를 처벌하지 않은 잘못을 자인했는데도 후속조치는 보이지 않는다. 특조위에 마지막 희망을 건 피해자들은 분통이 터진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지금까지 5900여명이다. 하지만 피해를 신고해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폐 이식 수술을 해야 하는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최근 천식이 포함됐지만 급성 폐섬유화, 태아 피해 같은 중증 질환에 한정됐고 가습기 살균제와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피해 인정에 소극적이고, 가해 기업은 그 뒤에 숨어 배상과 보상을 최소화할 방법만 찾는 잘못부터 당장 바로잡아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 징벌적 배상제 도입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입증된 손해만큼 배상하는 보상적 손해배상이 우리 민법의 원칙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극복하지 못할 이유는 아니다. 대기업의 반사회적 행위를 엄벌하는 것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설]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구제는 이제 시작이다
입력 2018-01-25 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