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적 착오로 출전 무산 노선영
“우리 가족의 꿈과 희망 짓밟았다”
인스타그램에 격한 감정 쏟아내
靑 홈피에 “연맹 해체” 청원 쇄도
연맹, 심석희 폭행코치 영구제명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불과 보름도 안 남기고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공분의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연맹의 무능으로 선수들이 상처 입는 상황이 잇따라 벌어지고, 선수단의 사기마저 떨어지는 양상이다.
빙상연맹의 행정적 착오로 평창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노선영(29)은 24일 늦은 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그는 “진규는 금메달 만들기에 이용 당했고, 나는 금메달 만들기에서 제외 당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진규는 노선영의 친동생 노진규다. 노진규는 2014년 소치올림픽 대표로 선발됐지만 골육종 진단을 받아 출전하지 못했고, 2016년 세상을 떠났다.
노선영은 “4년 전 연맹은 메달 후보였던 동생의 통증 호소를 외면한 채 올림픽 메달 만들기에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빙상연맹이 노진규의 몸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메달 욕심에 훈련을 강행시켰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노선영은 “(연맹이) 현재 메달 후보가 아닌 나를 위해선 그 어떤 노력이나 도움을 주지 않는다”며 “나와 내 동생, 우리 가족의 꿈과 희망을 짓밟고 사과는커녕 책임 회피하기에만 바쁘다”고 비판했다. 이어 “난 지금까지 시키는 대로 훈련했을 뿐인데, 왜 나와 우리 가족이 이 슬픔과 좌절을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더 이상 국가대표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지 않고 국가를 위해 뛰고 싶지도 않다. 연맹은 우리 가족의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았다”고 했다.
노선영은 평창올림픽에서 단체전인 팀 추월 종목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인종목 출전 자격이 있는 선수만 팀 추월에 출전할 수 있다는 규정을 빙상연맹이 뒤늦게 파악해 개인종목 출전권이 없는 노선영은 올림픽에 나갈 수 없게 됐다. 노선영은 연맹의 권유대로 평창올림픽 출전권이 달린 1∼4차 ISU 월드컵에서 개인종목보다 팀 추월에 전념했다. 연맹이 국제빙상연맹(ISU)의 규정집을 잘못 번역해 벌어진 일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앞서 여자 쇼트트랙 주장 심석희(21)가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해 선수촌을 이탈했던 사태가 일어났다. 빙상연맹이 심석희를 구타한 A코치를 영구제명했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었다. 여기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훈련에 만 26세 이하 선수만 참가할 수 있다는 황당한 규정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고 노선영의 올림픽 출전권까지 박탈되자 팬들은 청와대 홈페이지로 몰려갔다.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빙상연맹의 해체 및 관계자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줄기차게 올라왔다.
한 청원자는 “올림픽을 앞두고 도움은 못될망정 사고만 치는 빙상연맹은 없어져야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빙상연맹을 적폐로 규정하면서 연맹에 대한 감사 등 전면적인 개혁을 요청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다른 청원자는 “정부가 북한 선수들만 신경써주지 말고 노선영 등 우리 선수들을 챙겨달라”고 주문해 많은 공감을 받았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올림픽 코앞에 심석희 이어 노선영… “한심한 빙상연맹” 공분
입력 2018-01-25 19:56 수정 2018-01-25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