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 전 獨 총리 “이웃집 아저씨로 불러주세요”

입력 2018-01-25 18:33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오른쪽)와 그의 연인인 김소연씨가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결혼 계획을 밝히며 미소짓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올해 안에 결혼할 겁니다. 결혼한 뒤에는 독일과 한국을 오가면서 여생을 보낼 거예요. 대한민국의 평범한 부부들처럼 살아갈 생각입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74) 전 독일 총리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간담회는 슈뢰더 전 총리와 한국인 여성 김소연(47)씨의 결혼 소식을 알리는 자리였다. 두 사람이 결혼하면 김씨는 슈뢰더 전 총리의 다섯 번째 아내가 된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미 양가 가족 상견례까지 마친 상태”라며 “대략 가을쯤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 특히 한국미술에 관심이 간다”며 “(한국인들에게)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州) 경제개발공사에서 한국대표부 대표를 맡고 있는 김씨는 당시 국제경영자회의에서 슈뢰더 전 총리의 통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국내에 번역·출간된 ‘게르하르트 슈뢰더 자서전’(메디치)의 감수를 맡기도 했다.

현재 슈뢰더 전 총리는 네 번째 부인과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 독일에서 슈뢰더 전 총리는 ‘아우디맨’으로 통한다. 이 별명에는 아우디 자동차의 로고가 동그라미 4개인 것처럼 그가 그동안 결혼반지를 4번이나 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슈뢰더 전 총리는 간담회에서 자신의 이혼에 김씨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김씨를 알게 된 것은 전처와 별거를 시작한 뒤였다”며 “김씨는 나의 이혼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혼은 전처의 요청을 받아들여 결정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두 사람은 26일 주한 독일대사 부부,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 부부와 함께 판문점을 방문한다. 다음 달 9일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글=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