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은 아닌데… 軍, 북한 ‘2·8 열병식’ 대응 딜레마

입력 2018-01-25 05:04

평창 평화에 찬물 우려 속
도발로 볼 수 없어 예의주시


군 당국이 북한군의 열병식 준비 대응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북한 건군절을 기리는 열병식은 평창 동계올림픽 전야제가 열리는 다음 달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군은 평화올림픽 분위기를 해치는 대규모 열병식에 대해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열병식을 군사적 도발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군 소식통은 24일 북한군의 열병식 준비와 관련해 “북한은 전 세계의 평화 축제를 기획하는 우리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군 내부에선 “축제날 재 뿌리는 행동”이라는 말도 나온다. 다만 열병식은 군사분계선 침범이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군사적 도발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군이 북한 열병식에 대한 맞대응을 자제하는 이유다. 대신 군은 북한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은 계속 포착되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 11일과 23일 각각 북한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 광장을 찍은 민간 위성사진에서 열병식 준비로 보이는 대규모 움직임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VOA는 차량 수백여대가 미림비행장 인근에서 대형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군은 북한이 열병식에 신형 전략무기를 공개할지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그러나 “북한이 열병식에 최신 무기를 내놓아 판을 깨려고 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야당은 북한이 열병식을 중단하거나 평창올림픽 이후로 미룰 것을 촉구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했듯이 북한 창건일 군사 퍼레이드도 연기하라고 김정은에게 분명히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