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열(55·사진)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24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지난해 11월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연극계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내상을 입었다”며 “큰 테두리 안에서 국립극단도 성찰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고쳐야 할 건 고치고 반성할 건 반성해 온고지신으로 개혁하려 하며 그것의 방향성은 동시대적 연극”이라고 덧붙였다.
블랙리스트의 피해자였던 이 감독은 “지난 몇 년간은 피부에 닿을 정도로 거의 모든 영역에서 (블랙리스트의) 영향이 있었다”며 “저는 이런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밭을 일궈야 할 입장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국립극단은 2013년 가을 연극 ‘개구리’로 블랙리스트의 직격탄을 맞았던 단체다.
임기 3년 동안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우선 한국 연극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소홀했던 신작과 창작을 중시할 방침이다. 연극계와 소통하고 교류하는 극단을 만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이 두 가지를 전임 감독들과 가장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설정했다.
신작과 현장을 중시하려는 생각의 밑바탕에는 이 감독이 생각하는 연극의 의미가 깔렸다. 연극은 시민들이 즐겨 향유할 수 있는 문화의 ‘빵’이고 시대의 ‘거울’이라는 것이다. 이 감독은 스스로를 ‘국립빵공장장’이라고 소개하면서 “한국 연극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과 함께 시대와 사회의 모습과 문제점을 그대로 담아내려고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극단 백수광부의 대표를 지냈고 청운대 연기예술학과 교수로도 활동했다. 30년 이상 연극계에 몸담았지만 지난해 부임 후 두 달 동안 경험한 국립극단은 예상과 달랐다. “국립극단의 작품 세 편을 한 적이 있어서 시스템과 일하는 분들을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 극장 3곳에 경영 홍보 마케팅 인력까지 생각보다 굉장히 큰 조직이더라고요.”
이 감독은 국립극단이 보유한 3곳의 연극 전용극장인 명동예술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을 차별화하겠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명동예술극장은 관객과 레퍼토리 중심, 백성희장민호극장은 작가와 창작 중심, 판은 연출과 실험 중심으로 꾸린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극장 판의 예술감독으로 윤한솔 연출가를 선임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 “연극은 빵이고 시대의 거울”
입력 2018-01-24 21:45 수정 2018-01-25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