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연한 연장, 집값 안정 효과 “글쎄”

입력 2018-01-26 05:00

‘준공후 30년’ 강남 3구 비중 15% 그쳐
연한 연장 땐 비강남권 직격탄 맞을수도
공급 지연돼 집값 더 오를 우려 커져

최근 정부가 밝힌 ‘재건축 연한 연장’ 방안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연한을 충족해 재건축 사업에 착수한 아파트가 많은 강남 지역에 투자금이 더 몰릴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아파트 공급이 늦어져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여전하다.

2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부터 전국에서 재건축 사업 추진이 가능(1987∼1988년 준공)한 아파트는 총 21만3177가구다. 만약 현재 시행중인 재건축 연한(30년)이 유지된다면 내년에는 전국서 13만3591가구가 추가 재건축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건설업계는 재건축 연한 연장에 따른 집값 안정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1987∼1991년 준공된 아파트는 24만8000가구다. 서울의 경우 송파구 올림픽훼밀리타운, 서초구 삼풍아파트,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 등 총 39곳이 해당된다. 이 중 강남3구 아파트 비중은 14.9%에 그친다. 결국 재건축 연한 강화의 영향을 강남 외 지역에서 더 많이 받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재건축 공급이 줄어들면 이미 재건축 인가를 받은 단지로 수요가 몰리고 결국 강남은 계속 집값이 뛰고 재건축을 기대했던 비강남권은 오히려 반발작용으로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

재건축 연한 연장 소식에 지은 지 40년이 넘은 아파트는 더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잠실 주공5단지( 1978년 준공)와 대치동 은마아파트(1979년 준공) 등이 좋은 예다. 연한이 늘어나면 희소성이 커져 더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이미 인근 단지는 매물이 아예 없고, 호가만 5000만∼1억원씩 오르는 추세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강남 위주 규제를 내놓은 것이 오히려 강남 집값 용수철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재건축 가능한 단지가 줄면서 공급 축소에 따른 집값 상승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투기과열을 잡기 위한 목적을 넘어 거주 안전 문제와 함께 강북과 강남의 재건축 실거주자 간 생활 수준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