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등 기업들 사내에 돈 풀기
트럼프 “내 감세안 덕” 자화자찬
배당잔치 벌인 국내 기업과 대비
“보여주기식… 임금 올려야” 비판도
미국 대기업들의 ‘보너스 잔치’가 연말연초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규모 감세 혜택을 구성원들과 공유하겠다는 취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세제개편안을 통과시키며 호언한 ‘낙수효과’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그간 막대한 이익과 법인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이익 나누기에 인색했던 국내 기업들이 눈총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미디어 공룡’ 디즈니가 전 직원에게 1000달러(약 105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임원진을 제외한 직원 12만5000여명에게 3월과 9월 두 차례 1000달러씩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디즈니는 8만8000명에 달하는 시간제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도 5000만 달러(약 525억원)를 투자한다. 사측은 “최근 확정된 세제개편으로 올해 회계연도에 1억7500만 달러(약 1870억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감세 혜택 환원 움직임은 업종을 불문하고 두루 확산되고 있다. 통신사 버라이즌은 직원들에게 자사 주식 50주(약 284만원 상당)씩 총 3억8000만 달러(약 4066억원)에 달하는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 투자은행 JP모건 역시 직원 임금을 평균 10% 인상하고, 4000개에 달하는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이익 환원에 200억 달러(약 2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항공업체 보잉과 금융사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등도 상여금 지급 방침을 공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한 세제개편안의 긍정적 효과는 지난해 말부터 감지됐다. 통신사 AT&T, 유통업체 월마트,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유수의 대기업이 보너스 지급과 임금인상, 투자 확대 등을 약속하면서 정부의 기업 친화적 세제개편에 적극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트위터에서 “감세안이 ‘사랑의 원천’이 되고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해를 넘겨서도 대기업들의 실적 분배가 이어지면서 트럼프노믹스를 통해 의도한 낙수효과는 일단 정상 작동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선 근로자에 부여되는 감세 혜택이 여전히 미미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제개편의 혜택이 결국 노동자보다는 기업 소유주와 투자자들을 향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웨드부시 증권의 이안 위너 대표는 CNN방송에 “(법인세 인하는) 지난 십수년간 미국 기업들이 받은 가장 큰 선물”이라며 “이는 직원들보다 투자자들에게 훨씬 더 그렇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 통신노동자연합(CWA)은 대형 통신사들에 평균 4000달러의 근로자 연봉 인상을 요청했지만 버라이즌과 AT&T 등은 보너스 지급 방침을 고수했다.
반면 국내 기업문화에선 ‘보여주기식’ 이익 환원조차 드물다. 그간 재벌 대기업들은 법인세 인하 등 기업 친화적 세제개편에도 불구하고 추가 창출된 이윤을 사내유보금으로 대부분 쌓아두면서 사회적 지탄을 받아왔다.
정부는 2015년 이 같은 대기업들의 ‘곳간 쌓아두기’를 타개하기 위해 사내유보금 과세방침(기업소득환류세제) 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하지만 주요 대기업들은 임금인상이나 투자 확대를 선택하기보단 주식 배당을 늘리는 방향을 택했다. 실제 2015년 10대그룹 상장사들의 총수일가 배당금은 35% 증가하는 등 ‘배당금 잔치’를 벌였지만, 임직원 임금은 동결하는 등 재투자에 인색한 모습을 보였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트럼프發 낙수효과?… 세금 아낀 美 대기업 ‘보너스 잔치’
입력 2018-01-2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