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블랙리스트’ 대국민 사과·추가조사 발표 배경
“법원 문제는 법원에서 해결”
외부 개입 차단 ‘셀프 쇄신’
행정처 인적 쇄신·조직 개편 등
중장기 개혁 대책 언급
검찰은 관련 사건 재배당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 결과 발표 이틀 만에 3차 조사 의지를 밝힌 건 이번 사태를 덮고 봉합하기보단 남은 의혹을 계속 규명하겠다는 뜻이다. 법원 내부 갈등까지 표면화되는 상황에서 정공법을 택하지 않으면 사법 신뢰가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24일 대법관들과 긴급 간담회를 갖고 블랙리스트 사태의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김 대법원장은 ‘추가조사에 대한 추가조사’ 의사를 밝혔고, 대법관들 역시 이를 수긍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원장은 입장문에서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번 사안이 여기까지 밝혀졌듯이 앞으로도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검찰이나 정치권 등 외부 개입을 거부하고 이른바 셀프 쇄신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오후 6시 대법원 청사를 나서면서도 “법원의 문제는 원칙적으로 법관들이 법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게 나의 일관된 원칙”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원칙에 다른 의도는 없다”며 “법원 힘으로 일이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사법행정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중장기 대책도 언급했다. 김 대법원장은 “행정처 인적 조직을 쇄신하고 조직 문화도 개편하겠다”며 “기존 행정처의 대외업무를 전면 재검토하고 근무하는 판사도 줄이겠다”고 했다. 또 조만간 출범 예정인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등을 통해 국민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 모든 부분을 사법 선진국 수준의 투명한 시스템으로 대폭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가 취임 전후 언급한 사법 개혁의 방향과 같은 선상에 있는 대책들이다.
법조계에선 김 대법원장이 추가조사위원회 발표 이후 벌어진 혼란 상황을 사법 개혁의 동력으로 삼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오는 2월 법원 정기 인사를 앞두고 대대적인 인적 개편을 선언한 것 아니냐”고 했다. 행정처 축소 등 김 대법원장의 사법 개혁의 밑그림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빠르게 추진될 것이라는 의미다. 대법원 측은 “발표 내용과 형식은 모두 김 대법원장이 결정했다”고 했다.
검찰은 관련 사건을 재배당하고 사법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6월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전 행정처장,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등을 고발한 사건을 기존 형사1부(부장검사 홍승욱)에서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로 옮겨 맡겼다.
공공형사수사부는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김 대법원장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 위원 등 7명을 고발한 사건도 담당하고 있다. 고발된 전·현직 대법원장과 고위법관 등을 수사부서 한 곳이 전담해 처리토록 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본격적인 수사 착수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며 “향후 관련 사건의 진행 추이를 지켜보면서 수사 진행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황인호 기자 listen@kmib.co.kr
‘사법 불신’ 막으려… 블랙리스트 ‘추가조사를 추가조사’
입력 2018-01-24 19:08 수정 2018-01-24 21:59